Monday, March 19, 2012

만행 진라의 길 구도의 길 끝편

진리의 길, 구도의 길 지은이의 말
나는 어린시절부터 줄곧 진리가 무엇인지 찾고 싶었다.
왜 사는 지, 왜 태어났는지, 이 생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하는 생각들로 가득했다. 더욱 풀리지 않는 의문은 ‘죽음’에 관한 것이었다. 왜 사람은 죽어야 하는가? 왜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모든 것들이 결국에는 영원히 사라져야 하는가?
이런 근본적인 질문들과 함께 내가처한 사회ㆍ문화적 환경속에서 ‘나’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다.
가장 부유하고 가장 강력한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란 미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철이 들무렵 텔레비전과 신문의 뉴스를 접하며 왜 다른나라 사람들은 우리처럼 안락하고 안전하게 살지못하는 것일까? 풍요와 기회속에서 마음만 먹으면 나는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데 왜 다른 나라 아이들은 나와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전쟁과 폭력과 싸움의 한가운데서 허우적대야 할까? 내게는 맛있는 음식이 많은데, 왜 어떤 아이들은 먹을 것도 제대로 못 먹는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것일까? 나는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이런 걸 누리고 있는 것일까?
만약 내가 그런 혜택을 누릴만한 그 어떤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았고, 다른나라 아이들 역시 그런 불행에 상응하는 어떤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면, 그건 논리나 합리성이 결여된 것이다. 따라서 이 생이란 아무의미가 없는 것알지도 모른다.
그 의미 없는 태어남과 의미없는 죽음사이 우리가 행하는 모든일들 역시 마찬가지로 의미가 없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도대체 이 새상이란 무엇인가?
많은 종교들이 이러한 질문들에 쉬운 답을 제공했다. 오랫동안 나는 그러한 쉬운 답들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 종교에서 주는 답이란 결국 ‘무한히 善한 존재가 이 우주를 창조했으나 어떤 무한히 惡한 존재가 이 우주를 파괴해왔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러한 선과 악의 관념을 믿었다. 신이 이 세상의 선하고 성스러운 모든 것을 만들었다고 믿었으며, 악과 괴로움과 고통과 전쟁등은 ‘다른 어떤 외부의 존재’로부터 왔다고 믿었다. 오랫동안 나는 이 세상에서 오직 한 권의 책만이 절대적 진리를 담고 있다고 믿었다. 비록 우리의 생이 상상하기 힘든 고통으로 가득 차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사랑이 가득한 신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리고 그 신께서는 우리에게 더 큰 가르침을 주시기위해 한편에서는 전쟁과 병과 싸움으로 가득한 세상을 만들어 아기들이 태어나고 살아가게 한다는 것을 굳게 믿었다. 아니, 믿기를 바랐으며, 믿기를 기도했다. 그리고 몇 년 동안은 믿을 수가 있었다.
서양 철학을 공부하면서 나는 내가 갖고 있었던 의문들에 대해 보다 명확한 답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했다. 예일대학과 하버드 대학원에서 공부를 계속한 것도 그를위한 것이었다. 하버드 대학원의 모토는 ‘VERITAS’ 이다. ‘진리’라는 뜻이다. 예일대학의 모토는 ‘LUX et VERITAS’이다. ‘빛과 진리’라는 뜻이다. 이것들은 예일대학과 하버드 대학원의 도처에 있다. 건물에도 벽에도, 길에도 씌여있으며 게시판과 학교 버스에도 씌여있다. 교과서에는 물론이고 펜, 샤츠, 바지, 커피잔, 메모장, 모자, 양말, 넥타이, 장갑에도 나타나고, 심지어 속옷에도 씌여있다.
‘진리’ ‘빛과 진리’ ‘진리’ ‘빛과 진리’ ‘진리’ 빛과 진리’ ‘진리’ ‘빛과 진리’.........
나는 공부를 계속하면서 마음속에 갖고있던 질문들이 어떤 답을 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다시 말해서, 어떤 특정한 종교를 나의 목표로 삼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기독교인으로 남고자 애쓰지 않았으며, 그렇다고 거부하지도 않았으며, 그렇다고 거부하지도 않았다. 내가 무슨 일을 해야한다 할지라도, 나는 오직 진리, 즉 베리타스를 찾기만 한다면, 그건 좋은 일이었다. 또 다른 어떤 것에서 그것을 찾아야만 한다면, 그것 여기시 좋은 일이었다. 나는 내가 찾는 것의 바깥모양에는 개의치 않았다. 진리를 찾는 일만이 중요했다. 베리타스 를 찾기만을 원했다. 그것을 기독교 안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면, 그건 좋은 일이었다. 나는 내가 찾는 것의 바깥모양에는 개의치 않았다. 진리를 찾는 일만 중요했다.
그런던 1987년 어느 날.
예일대 신학대학교에 다니는 개신교 목사인 한 친구가 나에게 책을 한 권 주었다. 《선의 마음, 초발심》이라는 책이었다. 그 책은 내가 처음으로 접한 불교서적이었다. 나는 매우 강한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2년 뒤인 1989년 겨울.
나는 하버드 대학원에서 머리를 빡빡 깎고 희색옷을 입은 한 키 작은 한국사람을 만났다. 그는 말했다. 자기는 아주 멀고 조그만 나라 한국의 수도 서울에 있는 ‘화계사’라는 절에서 살고 있다고,
그의 가르침은 나를 완전히 충격에 빠뜨렸다. 그의 가르침은 내가 평생들어온 말 가운데 유일하게 참되고 정직한 말이었다.
그분은 현재 서울 화계사 큰스님이신 숭산 행원 대선사님이시다.
느는 큰스님의 가르침이 진실로 귀하고, 진실로 참된 가르침이라는 확신이 들었으므로 나의 전 생을 그 가르침에 따라 살기로 했다.
이 책은 내가 어떻게 이 같은 진리의 도정을 걸어왔는가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미국 뉴저지 주의 전형적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예일대학과 하버드대학을 졸업하고 뉴욕, 파리, 보스턴,을 경유하여 결국 한국의 절들 ㅡ 서울 화계사, 충남 계룡산 신원사, 그리고 지리산에 자리잡은 조그만 암자 ㅡ 에서 수행하는 삶을 택하기까지 나의 여정에 관한 이야기인 것이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책을 내는 일이 주저된다. 수도승이 더군다나 아직 풋내기인 내가 살아온 여정을 쓴다는 것은 아무래도 너무 건방진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참으로 우연하게 일이 이루어졌다.
지난 봄, 나는 한국의 한 친구와 함께 숭산 큰스님의 영어 법문집인 《선의 나침판》을 한글로 번역하고 있었다. 내가 출판하고 싶어한 책은 바로 이 책이다. 나 자신의 말이 아니라. 나의 스승의 말씀이다. 그러나 그 책은 너무 방대했다. 그리고 애초에 미국에서 출판되었기 때문에 한국의 출판사가 출판제안을 받아들이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들었다. 책이 매우 유익하다 할지라도 분량이 워낙 많기 때문에 책을내면 출판사로서는 적자를 보게 될 뿐일 것이라고 여러 사람들이 말했다. 그런 가운데 한 출판사에서 고맙게도 《선의 나침판》을 출판하겠노라고 제안해왔다. 이와 함께 현재 숭산 큰스님이 얼마나 위대한 분인지, 그리고 현재 수많은 서양사람들이 얼마나 큰스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리고 있는지 나 자신의 삶을 통해 얘기하면 한국불교를 세계화하고 경제위기로 실의에 빠져있는 한국사람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는 도반들의 조언이 있었다.
그렇게 해서 먼저 이 책이 나오게 되었다.
나는 나의 스승의 위대한 책인 《선의 나침판》이 내년 하반기중 한국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기위해 이일을 했다. 그것이 나의 가장 큰 바램이다.
나는 마국인 스님인 내가 한국사람들에게 한국의 불교전통에 대해 얘기한다는 게 영 이상하고 쑥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이 요즘처럼 미국사회를 교과서나 되듯이 쫓아가려고 하는 마당에 한국인들에게 바깥이 아닌 바로 자신들 안에 위대한 보물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현재 대단히 많은 서양인들이 불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대단히 많은 외국인들 ㅡ 대부분 교육 수준도 높고 경제적 어려움도 없이자란 중산층 인텔리들이 많다. ㅡ 이 한국에 와서 이 전통을 배운다음, 자기네 나라로 가지고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나는 우선 숭산 행원 대선사님께 한없는 깊은존경과 감사를 표시한다. 또한 계룡산 신원사 주지인 성광스님, 선덕스님과 도관스님을 비롯한 화계사의 모든 위대한 스님들과 신도들, 전남곡성 관음사 지인스님께도 머리숙여 감사한다.
이 책은 허문명씨의 헌신적인 도움이 없었더라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숭산스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도반의 한 사람으로서 그는 수없이 많았던 우리의 영어대화를 구술, 변역정리하고 편집하여 이 책에 실었다. 우리는 한국사회, 미국사회는 물론 종교, 사회, 문화, 삶과 죽음 등 모든 것을 같이 이야기했다. 그의 열정적인 작업과 마르지않는 실험정신은 나의 아둔하고 재미없는 삶과 생각들을 훌륭한 솜씨로 다듬어 주었다. 그는 앞으로 이 나라에 도움이 되는 훌륭한 믾은 일을 펜으로 이루어낼 위대한 지성이라고 나는 믿는다. 이 책에서 잘된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나의 진정한 친구인 그에의한 것이며, 모든 실수는 전적으로 나 자신의 몫이다.
수덕사 주지이자 서울포교당인 강남구 논현동 무불선원 이사장인 법장스님과 마포구 법화전사 도림 큰스님, 그리고 지난 여름과 가을 이 두 곳 사찰에서 내 강연을 들어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이 책의 집필은 서울 인사동 〈지대방〉이라는 찻집에서 전부 이루어 졌다. 주인 오영순 보살님의 친절한 도움과 후원에 감사한다. 그리고 수년동안 끊임없이 나를 도와주고계신 김영현씨에게도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정중모 사장님과 정은숙 주간님을 비롯한 〈열람원〉 편집부와 사진작가 김홍회님께도 감사한다.
이 책의 판매를통해 얻은 수익금은 모두 숭산선사의 많은 서양학생들을 통해 한국불교 ㅡ 한국불교의 가르침과 예술적 전통과 문화 ㅡ 를 전세계에 전파하는 일을 지원하는데 쓰일 것이다. 한국의 고대 불교의 전통을 전파하는 일이 다른나라들로 하여금 이 위대하고 아름다운 나라의 무궁무진한 풍요로움을 보다 깊이 깨닫게 하는 데 기여하기를, 그리하여 ‘우리나라’의 평화 통일을 앞당기는 데도 기여하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하면서……..
1999년 10월 서울 화계사 국제선원 현각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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