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March 8, 2012

만행 미국 불교의 열풍

미국의 불교 열풍

현재 미국에는 무려 1천 5백여만 명이 참선이나 비파사나 명상, 요가수행 등 동양식 수행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이중 스스로 불교 신도를 자임하는 사람은 약 5백만 명 선으로 추산되고 비아시아계는 약 1백50만 정도이다.
미국은 서구의 불교붐은 달라이라마의 개인적 인기가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1994년 미국의 ABC방송의 인기 높은 프로그램인 피터 제닝스의 ‘나이트 뉴스’는 최근 급격히 늘고 있는 미국의 ‘불교 인구’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면서 1994년 현재 미국 인구의 4백만에서 6백만 명이 불교신자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 내 수 많은 기독교 종파들 중 그 어떤 종파보다도 많은 숫자라고 덧붙였다.
1994년 6월과 11월 사이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 〈USA 투데이〉 〈뉴스위크〉 〈뉴욕메거진〉 등 저명한 잡지에서도 당시 일기 시작한 불교붐을 주요기사로 다루었다.
1997년 10월 〈타임〉지는 유명배우인 브래드 피트를 표지 사진으로 한 커버 스토리로 ‘불교에 매혹된 미국’ 이라는 기사를 다루었다. 불교에 관심있는 지식인들과 할리우드 배우들을 소개했다. 이 기사는 프랑스 유명 영화감독 장 자크 아노의 말을 인용하면서 서양에서 불교는 이제 더 이상 낯선 종교가 아니라고 했다. 〈타임〉지에 따르면 1997년 10월 당시 미국의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은 무려 1천2백 권의 불교서적을 판매하고 있었다. 지금은 아마 1천 3백여 권 정도로 늘었을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한편 1998년 돈 모리알이라는 미국 사회학자는 《미국의 불교신자》라는 책을 내면서 미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불교센터, 수련원, 명상센터의 리스트와 전화번호를 작성했는데 그 페이지 수가 무려 350페이지나 됐다. 미국 내에서 불교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이 책은 수개월 동안 베스트셀러의 목록에 올랐었다. 발간 당시 책에 수록된 불교 사찰과 참선수련센터는 총 429개였는데 1995년 개정판에 따르면 1천62개로 7년 만에 무려 세 배가 넘게 증가했다. 놀라운 성장이 아닐 수 없다. 학자들의 추산에 따르면 1999년 현재 1천6백 개가 넘을 것이라고 한다
요즘 미국에서는 이 같은 열기를 반영하듯 매년 불교 잡지가 새로 창간되고 있으며 수백 개의 불교 관련 인터넷 사이트가 있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불교 잡지는 〈트리사이클〉(Tricycle)로 매달 20만 부가 팔린다. 이 잡지는 미국의 영향력있는 지식인들인 게리 스나이더(Gary snyder), 알렌 긴즈버그 (Allen Ginsburg). 독일의 위대한 지성 위르겐 하버마스 (Jugen Habermas) 등 당대의 논객들이 주요 칼럼니스트이다. 탁월한 상상력으로 지적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호세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의 강의록도 발췌되어 실린다.
이 잡지 창간과 발간의 ‘돈줄’은 그 유명한 록펠러 일가이다. 록펠러 일가는 이뿐 아니라 지난 35년 동안 미국의 불교 포교를 위해 많은 일을 해왔다. 특히 뉴욕시 북쪽에 거대한 일본식 사찰을 건축하는 데 거금을 냈다. ‘대보살사’라 명명된 이 절은 일본에 있는 대형사찰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게 지어져 유명한 관광지가 되고 있다. 일본 목재를 들여와 일본인 목수의 손으로 직접 지었다 또한 록펠러 일가는 리처드 기어가 뉴욕시에 건립한 티베트 불교 포교 밑 티베트 난민지원센터인 〈티베트 하우스〉의 운영도 돕고 있다.
록펠러 일가의 한 사람인 스티븐 록펠러는 보스턴 북쪽에 있는 미들베리 대학의 불교학 교수로서 달라이라마를 가장 가까이에서 돕는 미국인 중의 한 사람이다.. .
지난 몇 년간 베스트 셀러가 된 책 중에는 불교 신자들이 쓴 책이거나 유명한 작가들이 쓴 불교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미국의 일간지인 〈뉴욕 타임스〉 베스트 셀러 목록은 미국 전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집계로 정평이 나 있다. 소설 부문과 비소설 부문으로 나뉘어 열 종씩 총 스무 종의 베스트 셀러가 매주 선정돼 소개 된다. 이중 비소설 부문에는 소설을 제외한 모든 장르의 책이 포함되기 때문에 특히 학자들은 너나할것없이 비소설 부분 베스트 셀러에 관심을 갖는다. 이 비소설 무문 베스트 셀러의 목록이야말로 요즘 미국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단적으로 대변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즉 미국인들이 무엇을 생가하며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 8월말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비소설 부문 10대 베스트 셀러에는 달라이라마의 책 두 권이 나란히 순위에 올랐다. 《행복의 기술》(The Art of Happiness)과 《새천년의 윤리》(Ethics for the Millennium)가 그것들이다.
2년 전에는 《티베트 경전에서 말하는 삶과 죽음》 (The Tibetan Book of Living and Dying)이 1위를 차지, 미국 전역에서 무려 1천만 부 이상이 팔렸다.
지난해 비소설 부문 1위는 《승려와 철학자》 (Monk and Philosopher)였다. 저자는 부자 관계로 한 사람은 철학자이고 한 사람은 승려다
아버지 장 프랑수아 르벨(Jean Francois Revel)은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 중 한 사람이고 그의 아들 마티유 리카르( Mattieu Ricard)는 장차 프랑스 노벨상 기대주였다. 미티유는 노벨상을 받은 위대한 프랑스 과학자 자크 모노(Jacque Monor) 의 조교를 지냈으며 분자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연구기관으로 꼽히는 파스티르 연구소에서 연구생활을 했다. 그러다 티베트 불교에 귀의해 승려가 되었다.
“연구를 열심히 해서 과학 발전에 기여하는 삶도 값진 것 아니었겠느냐”는 아버지의 질문에 마티유는 이렇게 대답했다.
“운이 좋게도 저는 이 세상 각 분야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사람들과 교류했습니다. 위대한 음악가들도 사귀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을 만나면서 ‘저것이 내가 열망하는 것인가? 나는 그들처럼 되고 싶은가? 라는 의분이 생겼습니다. 뭔가 허전하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비록 그런 사람들을 높이 평가하긴 했지만 그와 동시에 그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발휘하는 천재성을 빼면 가장 소박한 인간적인 완성, 예를 들자면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라든가 선량함 혹은 진실함이 동반되지 안는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중략) 그러다 인도에 갔습니다. 그곳에서 티베트의 우대한 스승 칸규르 린포제를 만났습니다. 단 3주일 동안 그를 만났을 뿐인데 저에겐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분은 그저 선량함이 흐르는 70세의 노인이었습니다. 우리는 많은 말을 나누지 않았읍니다.. 그러나 그분 앞에 하루 종일 앉아 있으면서 저는 소위 ‘명상’이라는 것을 하는 듯한, 다시 말해 그분의 면전에서 제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게 깊은 인상을 준 것은 바로 그분의 인격, 그분의 존재 자체였습니다. 제게 깊은 인상을 준 것은 바로 그분의 인격, 그분의 존재 자체였읍니다. 그분에게서 나오는 깊이, 힘, 고요함이 제 정신을 열었던 것입니다.
영화에도 불교적 상상력을 도입해 흥행에 성공한 경우가 많다. 작년에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불록버스터 〈매트릭스〉는 곳곳에 불교적 세계관이 잘 녹아 있는 영화다.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한 이 영화는 올해 여름, 한국에서도 개봉돼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영화는 요즘 미국인들이 동양 사상, 특히 불교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급기야 불교적 세계관을 대중문화까지 접목시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훌륭한 예다.
영화의 주인공인 네오는 컴퓨터 해커인데 마음 한구석에는 늘 이 세계가 진짜가 아닐 것 같다는 의심을 안고 산다. 그러나 스승 모피스를 만나 현실을 제대로 보고 이를 타파할 수 있는 힘을 기른다. 모피스는 네오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다만 문을 열어주었을 따름이다.
모피스는 네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세계는 꿈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꿈을 현실이라고 믿으며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만지는 감각에 집착하며 흔들려 살고 있는 것이다.”
네오는 모피스외 그의 동료들의 도움으로 그전까지 살아온 모든 일들이 헛된 거짓말이라는 것을 깨닫고 꿈에서 깨어나 이제는 다른 사람들을 고통의 잠에서 깨우기 위해 다시 세상으로 돌아온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피스는 네오에게 마음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영화는 불교의 〈금강경〉이나 〈반야심경〉의 가르침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다. 주인공인 키아누 리브스를 비롯하여 감독, 시나리오 작가 모두 독실한 불교 신자이다.
또 지난 여름 전 미국에서 6주 동안 흥행 1위를 차지한 영화 〈식스 센스〉는 죽은 사람의 의식을 볼 줄 알고 그 사람들돠 이야기를 나누는 신비한 소년에 관한 이야기다. 이 영화 역시 한국에 개봉돼 화제가 됐었다. 이 영화는 점점 더 많은 미국인들이 전생이나 환생에 대한 개념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불교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대부분 중산층 이상의 인텔리 계층이다. 엘 고어 부통령이 불교 신자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져 있다. 정치인이기 때문에 특정종교를 믿고 있다고 얘기하진 않지만 관심 있는 사람들은 그가 얼마나 불교 교리에 감동과 존경을 보내고 있는지는 환경문제에 대한 그의 베스트 셀러인 《Earth in the Balance》에 잘 나와 있다고 보고 있다.
고어는 이 책에서 모든 살아있는 것들(불교식으로 얘기하면 중생들)이 어떻게 서로 상호 작용을 하고 있는지 ‘관계’에 대한 그의 생각들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고어 부통령이 읽은 수많은 불교책, 그리고 불교 학자들, 환경운동가들과의 대화에서 연유한 것들이다. 그는 또 달라이라마와도 정기적인 만남을 갖고 있다.
불교는 미국에서만 인기 있는 게 아니다.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독일, 영국, 네덜란드에서는 불교신자들의 숫자가 가하학적으로 늘고 있다. 프랑스 학자들은 향후 2,3년안에 프랑스에서 불교가 카톨릭과 회교에 이어 세번째로 신자가 많은 종교가 될 것이라고 한다.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철학자 중 한 사람인 아놀드 토인비 경은 죽기 2,3년 전에 기자회견을 한 적이 있다. 그때 기자들로부터 이런 질문이 나왔다.
“미래 역사가들이 만약 20세기 역사를 쓴다면 우리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사건이 무엇이었다고 쓸 것 같습니까?”
그들은 토인비의 입에서 제2차 세계대전, 원자폭탄 발명, 히틀러의 등장, 공산주의 확산, 비행기의 발명, 정보통신의 비약적인 발전 등이 나오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의 입에서는 다음과 같은 대답이 튀어나왔다.
“가장 중요한 사건은 석가모니 부처의 가르침이 서양에 전파된 것이지요.”
그 자라에 있었던 대부분 사람들은 그 당시까지만 해도 토인비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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