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November 29, 2009

자선냄비와 기회


인간 승리와 감동의 인도영화<불랙>은 아름다운 '기회'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남자 주인공 사하이는 태여날 때부터 눈과 입이 모두 닫혀그야말로 어둠(불랙)에
갇힌 여자아이 미셀의 가정교사일을 절대 포기하지않는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미셀에게 글과 사물의 느낌을 통해 세상의 빝을 찾이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미셀이 대학입학 도전에 어이없어 하는 확장에게 이렇게 말한다.
"선행을 베출기회는 흔치 않습니다. 그 기회를 놓치지 마십시요." 다행히 학장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고 나중에 점자로 교재까지 만들어 준다.
6개월 전이다. 지하철 안에서 '앵벌이' 하는 노부부를 만났다.그슬픈 음악과 함께
말못하는 할아버지가 앞장서고 앞이보이지 않는 할머니가 그의 허리춤을 붙잡고
통로를 걸어오고있어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순간 감간 망설였다. 아깝다는 생각, 혹시장애를 흉내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
그러는 사이에 그들은 다음칸으로 가버렸다.
아차 싶어서 자리에서 일어나 뒤를 쫓았지만,
그들은 전동차에서 내렸고 문은 닫혔다.
"다음에 꼭" 하고다짐했지만 아직도 그들을 다시만나지 못했다.
그렇게 '기회'는 사라졌다.
그리스에 아주특이한 모습의 동상이 있다. 보통 사람과 반대로
앞머리는 길지만 뒤통수에는 머리카락이 없다. 그리고 천사와 달리 어께가 아닌
양발에 날개가 달려있다.이 우수꽝스런 동상 밑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붙어있다.
"앞머리가 무성한 이유는 사람들이 나를 보았을 때 쉽게 붙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뒷다리가 없는 이유는 내가 지나가면 사람들이 다시는 나를 붙잡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내발에 날개가 달린 이유는 빨리 사라자기 위해서이다 바로 나의이름은 '기회'이다.

"기회는 그동상처럼 다가올 때는 느리고 잡기도 쉽지만,일단 지나치면 쏜살같고 미끄러워

다시 잡을 수 없다. 기회를 새에 비유한 도스토예프스키도 '날아간 후에 꼬리를 잡으려 해도

소용 없다'. 남을 돕는 기회라고 다르지 않다 해마다 이맘 때면 거리에는 '기회'의 공상들이

등장한다.12월 1일 전국 76개 지역 300여 곳에서 구세군 자선냄비가 모금활동을 시작한다.

얼마나 좋은가 일부러 기회를 찾아 헤메지 않아도 되고, 24일 동안 기다려주기까지하니,

그렇다고 방심하지 말고 눈앞에 보일 때 잡아야 한다. 자선냄비라는 기회 역시 한번

지나가면 일년 동안 돌아오지 않는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Saturday, November 28, 2009

이 아침의 시

삼척에 가서 도루묵을 먹었네
말짱 도루묵이란 말이 가슴에 사무처 먹었네
어쩌면 세상 일이 온통 도루묵이라는 생각이 들었네
'잘나고 못난 것이 자기와 상관없고
귀하고 천한 것이 때에 따라 달라진다'는
택당 이식의 말씀이 위안이 되어 다가오는 저녁에
삼척의 대학로 정라횟집에서 도루묵구이를 먹으며
나는 힘이 없이 사는 일의 의미를 생각하네
시대를 품미했던 한 여배우의 자살소식에
산다는 것이 망짱 도루묵임을 깨닫네
사랑과 우정이, 명예와 권력이 모두 한낱 도루묵임을
정리횟집에서 먹는 도루묵의 알과 살이 담백하고 고소하였네
그렇게 담백하게 살다 보면 때로 고소한 맛도 볼 수 있으리라는
이 사실 하나가 바로 도루묵 맛이란 걸 알겠네
세상일이 온통 말짱 도루묵일지라도 흥분하지 말고
담담하게 경건허게 살아야 함을 께닫네

고명수( 1958 ) "도루묵에대하여" 전문

한 시대를 풍미하던 여배우도, 정치가도 자살을 한다.
주식은 깡통을 차고 사업은 한산하다.
저 세상으로 떠나가 버린 사랑하던 사람들, 부모 형제도 돌아 오지 않는다.
꽃이 지고 나뭇잎이 떨어지는 계절, 흰 눈이 세상을 지워버리는
겨울이 다가오면 '세상은 말짱 도루묵' 이란 말이 새삼스럽다.사랑과 우정,
명예와 권력이 모두 한낱 도루묵이라면, 도루묵 맛은 씁쓸하고 텁텁하고
시큼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화자는 어느 저녁, 도루묵의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알게 된다.
담백하게 살다보면 때로는 고소한 세상의 맛도 이제야 비로소 깨닫는다.
( 시인 김동찬)

저 너머 휴전선...나그네 심정은 '착잡'

정찬열 도보 국토 종단기 (32) 속초 지나 고성으로 중에서

고성팔경의 하나인 청간정을 거쳐 강원 해양심층수 연구센터를 지나
송지호 철새관광 타워에 이르렀디.
호숙가 맑다. 산이 물속으로 내려와 발을 씻고 있다.
나도 잔디 위에 다리를 펴고앉아 시 한편을 읽는다.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 한다

나 집을 떠나 길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눈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움울 도려워 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뭉엇을 위해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류시화가 쓴'길 위에서의 생각'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