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November 18, 2011

팔아라, 팔아라!

팔아라, 팔아라 천하에 도가 있다면

내가 나서지 않으리라

이훈범 문화 스포츠 편집자

선조 임금이 불평을 늘어놓는다.

우리나라 일은 참으로 하기 어렵다.

폐단을 고치려 하면 또 다른 폐단이 생겨 해로움만 더하니 수족을 놀릴 수 없다.” 율곡 이이가 이에 답한다.

이유가 있읍니다. 기강이 서지않고 인심이 풀어져서 구차하게 벼슬자리만 채운 사람이 많습니다. 한갓 먹는 것만 알고 국사를 생각 않으니 폐를 고치려는 명령을 내려도 꺼려 실행하자 않고 고의로 폐단을 생기게 합니다.”

이 상황을 현재로 옮겨도 크게 무리 없겠다.

그러니 백성들이 세상을 바꿀 현인을 찾는다. 그런데 어느 날 혜성처럼 현인이 등장했다. 백성들은 열광하고, 그 인기에 편승하려 여당도 야당도 존재하지 않는 신당까지도 러브콜을 보낸다.

정작 현인은 태도가 모호하다.

피인지사辟人之士같기도 ,’피세지사辟世之士같기도하다. 뭔 소린지 알려면 또 공자님을 들먹여야한다. 이순耳順을 넘긴 공자가 세상을 주유하다 길을 잃었다. 농사일에 바쁜 은둔자 장저와 걸익에게 나루터를 물었더니 까칠한 대답이 돌아온다,

공자 정도면 자기가 갈 길쯤은 알지 않겠나.” “사람을 피하지 말고 무도 無道한 새상을 피하는 것이 어떨꼬?”

마움애 둘지 않는 사람은 멀리하고 성에차는 사람만 찾아다니는 게 피인지사다. 그러지 말고 도가 땅에 떨어진 속세를 벗어나 즐거운 일이나 열심히 하는 피세지사가 되자는 권유다.

얘기를 들은 공자는 탄식한다. “새나 짐승도 아니고, 사람 무리를 떠나 내 어찌 살리오. 천하에 도가 있다면 내가 개혁하려 나서지 않으리라.”

우리의 현인이 사람을 피하건 세상을 피하건.(사실 그가 가장 애써 피하는 것은 기자다)

그는 현인다운 통 큰 행보를 거둡하고있다. 따 놓은 당상, 서울시장 자리를 지지도 5%짜리 후보에게 양보해 당선케 했고, 부정한 돈돈 아니요, 의혹에 찬 돈도 아닌, 무료 백신을 만든 대가로 절로모인 재물이다.

그런 행보에 정치적 함의가 없을 수 없다.

원하든 원치 낳든 그는 이미 정치인이다. 대화와 타협이 사라지면서 정당정치가 실종되고 그것이 모바일 혁명과 맞물려 대의민주주의의 종언이 이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나름의 현인식 정치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의 다음 행보도 그래서 보인다. 역시 공자가 대답을 대신한다. 제자 자공이 물었다.

인재나 선비가 은거하는 것이 좋겠읍니까? 아니면 적극적으로 정치에 나서는 것이 좋겠읍니까?

공자는 즉시 대답했다. “팔아라, 팔아라! 나는 살 사람을 기다리겠다.

(아댜먀자야 我待買者也).”

그것이 성공한 거래가 될지 아닐지는 공자님도 모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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