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호연지기 깨끗하고 당당하고 떳떳하게

9-2 호연지기浩然之氣

깨끗하고 당당하고 떳떳하고 광활 하게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최상의 경지가 성인聖人이다.

시의 최고의 경지가 시성詩聖이요. 음악의 최고의 경지가 악성樂聖이요, 글씨의 최고의 경지가 서성書聖이요, 바득의 최고의 경지가 기성 棋聖이요, 그림의 최고의 경지가 화성畵聖이다.

성 聖자의 구조를 보라, 의미심장하다. 귀 이耳자를 먼저 쓰고 그 옆에 입 구口를 쓰고 그 밑에 임금 왕王자를 쓴다.

성聖은 귀耳와 입口과 왕王의 합자 合字다. 귀로 듣고 입으로 말하느 데 있어서 가장 으뜸가는 존재 王이라는 뜻이다.

성인은 먼저 남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는다. 사람의 소리만 듣는 것은 아니다.「청무성聽無聲」(장자의 말), 소리없는 소리를 들어애 한다. 위대한 소리는 소리가 없다. 양심의 소리, 영혼의 소리, 지혜의 소리, 역사의 소리, 우주의 소리를 다 글은 후에 입을 열어 진리의 말씀을 하신다.

성聖자는 참으로 뜻이 깊은 글자다. 입을 열기 전에 먼저 귀를 열어라. 우리는 먼저 남의 이야기를 조용히 경청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조용히 이야기응 해야 한다.

듣는 것을 배워라. 런 투 리슨Learn to listen.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지혜다. 우리 한국인은 남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는 많이 보고 많이 들어야 한다. 먼저 견문見聞을 넓혀야 한다.

우리는 총명인聰明人이 되어야 한다. 총명인이 되려면 모든일에 불편부당不偏不黨하고 공평무사公平無私해야 한다.

편협한 마음과 사리사욕私利私慾을 버려야 한다. 사심私心과사심邪心이 없어야 공평무사한 총명인이 될 수 있다.

화기 和氣

우리의 얼굴, 우리의 마음에는 화기가 충만해야 한다. 화기란 무엇이냐, 평화롭고 화목한 기운이다.

우리의 선인들은 「춘풍접인春風接人 화기만면和氣滿面」을 강조했다. 봄바람처럼 훈훈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을 접해야 한다. 그리고 얼굴에는 정답고 화목한 기운이 가득차고 넘쳐야 한다.

일찍이 도산 안창호 선생은 우리에게 「훈훈한 마음을로 빙그레 웃는 얼굴」을 강조했다. 이것이 한국인의 마음 푶정이요, 얼굴 푶정이 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도산은 전국에 미소운동微笑運動을 일으키자고 하였다. 갓난아기의 빙그레, 젊은이의 빙그레, 늙은이의 빙그레, 얼마나 아름다운 푶정이냐. 저마다 방안에 「빙그레」라고 써붙이고 밝게 미소하는 생활을 하자고 하엿다.

공원이나 네거리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곳마다 어린애가 방그레 웃는 정다운 모습,젊은이가 빙그레 웃는 화평한 푶정, 늙은이가 빙그레 웃는 따뜻한 모양을 크게 그림으로 그리거나 조각으로 만들어 세워 놓고 저마다 미소 짓기를 힘쓰자고 하였다.

도산은 「무정無情한 사회와 유정有情한 사회」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하면서 무정한 사회를 유정한 사회로 만들자고 역설하였다.

「우리 사회에는 남을 칭찬하고 감사하는 칭찬어稱讚語와 감사어感謝語는 적고 남을 욕하고 불평하는 모욕어侮辱語와 불평어不平語가 많다」고 말씀했다.

도산이 붓글씨로 써놓은 글씨가 두 장 남아 있다. 하나는 「애기애타愛己愛他」요, 또 하나는 「협동協同」이다.

도산은 애기애타를 항상 역설했다.

「나를 사랑하고 남을 사랑 하자」도산은 사랑하기 공부를 강조 했다.

「서로 사랑하면 살고, 서로 싸우면 죽는다.」

「죽더라도 동포끼리는 무저항주의無抵抗主義를 쓰자. 때리고 맞고 욕하면 먹자. 동포끼리만은 악을 악으로 대하지 말고 오직 사랑하자」

「왜 우리 사회는 이렇게 차오. 훈훈한 기운이 없소. 서로사랑하는 마음으로 빙그레 웃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겠소.」

「너도 사랑을 공부하고 나도 사랑하는 민족이 되자, 남자도 여자도 우리 이천만 한족韓族은 서로 사랑하는 민족이 되자.」

평화와 사랑을 강조한 도산의 말씀을 몇 구절 인용하였다.어떤 미국인이 한국인의 인상印象에 관하여 쓴 짤막한 글을 신문에서 읽고 나는 슬픈 충격을 받았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는 무역 관계로 동북 아시아의 여러나라 사람과 자주 만난다. 동북 아시아 사람들은 얼굴이 저마다 비슷해서 한국 사람인지, 일본 사람인지, 중국 사람인지, 태국 사람인지, 베트남 사람인지 처음에는 분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것은 틀림없는 한국인이다. 하고 한국인을 확실하게 구별하는 특색과 방법을 알았다. 여러 아시안들 중에서 성난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은 틀림없이 한국인이다. 다른 아시아인은 성난 얼굴을 하지 않는다.」

나는 이 굴을 읽고 마음이 오두워졌다. 지금은 세계화 시대요, 국제화 시대다. 여러나라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서로 대화하고, 서로 거래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우리가 외국인들에게 불쾌하고 성난 얼굴의 인상을 주어서야 되겠는가. 우리의 첫인상이 나쁘면 상거래商去來가 제대로 될 수가 없다. 외국인에게 불쾌한 인상을 준다는 것은 대단히 부끄러운 것이다.

우리들이 깊이 생각하고 크게 반성해야 할 일 이다.

외국인에게 성난 얼굴 표정을 짓는다면 그것은 대인 관계의 낙제생이요, 인간으로서의 기본 예절을 모르는 행동이다.

얼굴에서 차가운 얼음가루가 날리는 것 같은 냉기冷氣, 금방 분노가 터질 것 같은 노기怒氣, 당장 미친 짓을 할 것 같은 광기狂氣, 주먹을 휘두르면서 대둘 것 같은 독기毒氣, 칼을 들고 사람을 죽일 것 같은 살기殺氣, 요사스러운 행동을 할 것 같은 요기妖氣, 음탕의 냄새를 풍기는 음기淫氣, 사람을 안하무인 태도로 깔 보는 교기驕氣, 모두 다 인간 관계의 악이요, 독이요, 해害요, 추醜다. 세상에 인강 관계처럼 중요한 것은 없다. 「춘풍접인 화기만면 春風接人 和氣

滿面」은 인간 관계의 금과옥조金科玉條다.

우리는 저머다 따뜻한 한국인, 친절한 한국인, 예절 바른 한국인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암랭인暗冷人이 되지 않아야 한다. 어둡고 차가운 사람은 반드시 인생의 패배자가 되고 사회의 낙오자가 된다. 그는 불행한 사람이다.

우리는 명온인明溫人이 되어야 한다. 밝고 따뜻한 사람은 반드시 인생의 성공자가 되고 사회의 승리자가 된다.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덕기 德氣

우리의 몸과 마음에서는 덕기 德氣가 풍겨야 한다.

덕기란 무엇이냐. 어질고 착한 마음씨요, 훈훈한 기운이다.

덕 이란 무엇이냐.

선을 행하는 능력이요, 참되고 바른 인품이요,

도덕적으로 뛰어난 품성이요,

남을 감복感服시킬 수 있는 힘이다.

덕은 정신의 우수성이요, 행동의 타월성이다. 인간으로서 마음이 어질고 행동이 착한 것이다. 덕은 사람으로서 가야 할 길을 바로 갈 수 잇는 도덕적 자질이요, 능력이다. 「德은 힘이다. Virtue is power」, 「知는 힘이다 Knowledge is power」라고 영국의 철학자 베이컨Bacon은 말했다. 지知는 아는 것이 힘이요, 인식 능력認識能力이다. 덕은 선을 실천할 수 있는 도덕적 실천 능력이다. 힘이 없는 덕은 덕이 아니다.

덕은 사람을 강화시킬 수 있는 힘이다. 큰 덕은 큰 힘이 있고, 작은 덕은 작은 힘이 있다. 덕과 힘은 서로 비례한다

한문에 「덕자득야 德者得也」라는 말이 있다. 덕은 수련의 산물이요, 스스로 체득體得하는 것이요, 노력의 결과 획득하는 것이다.

근검절약 勤儉節約하여 돈을 쌓듯이 정신의 수양과 훈련으로 덕을 쌓아야 한다.

한문에 이런 말이 있다. 「역장불여지장 力將不如智將 지장불여덕장 智將不如德將.」 힘이 있는 장군은 재주가 있는 장군만 못하고 재주가 있는 장군은 덕이 있는 장군만 못하다. 역力과 지知와 덕德. 힘과 재주와 인격, 이 세가지 능력 중에서 가장 으뜸가는 것은 덕이요, 그다음이 지요, 그다음이 힘이다.

진秦나라 말기의 전국戰國시대에 초楚나라의 역장 항우項羽와 한漢나라의 덕장 유방劉邦은 천하 통일을 놓고 서로 힘과 재주를 겨루게 되었다.

항우는 「역발산 기개세 力拔山 氣蓋世」의 명장이었다. 천하 장사인 항우의 힘은 큰 산을 뽑을 만했고 기운은 온 세상을 덮을 만했다. 힘에 있어서는 항우기 유방보다 훨씬 앞섯다. 그러나 항우는 덕이 없었기 때문에 많은 부하와 장수들이 항우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유방은 항우와 같은 힘은 없었지만 덕이 뛰어낫었기 때문에 많은 부하와 명장들이 유방을 돕고 따랐다.

「순덕자창順德者昌 역덕자망逆德者亡.」 〈십팔사략 十八史略 〉덕에 순응하는 자는 성공하고 덕에 거역하는 자는 패망한다. 덕의 유무다소有無多少가 사업의 승패를 좌우한다.

「덕자사업지기 德者事業之基.」중국의 처세학處世學의 명저인 《채근담 採根譚》에 나오는 명언이다. 걱은 사업의 기초다. 도덕이라는 기초가 약하면 사업은 쇠망한다.

도덕이라는 기초가 견고해야 사업은 대성할 수 있다. 사업의 흥망성쇠는 도덕력이라는 기초가 얼마나 강하냐에 의해서 결정된다.

동물의 세계에는 도덕이 없다. 동물들은 도덕 이전, 도덕 이하의 존재다. 동물은 원시적 본능과 약육강식弱肉强食이 지배하는 폭력의 세계에서 산다. 인간만이 도덕을 갖는다.

인간은 도덕적 존재다. 인간에게서 도덕을 제거하면 무력한 동물로 변하고 만다. 도덕은 인간의 특권이요, 영광이요, 궁지다.

덕은 인간의 밝은 빛이요, 훈훈한 향기다. 인간의 권위와 존엄성의 원천을 우리는 덕에서 찾아야 한다.

호연지기 浩然之氣

원기元氣와 정기精氣와 총기聰氣와 화기和氣와 덕기德氣의 다섯 가지를 갖출 때 우리는 이상적인 인간이 될 수 있다. 다섯 가지의 기를 하나의 기로 요약하면 호연지기浩然之氣가 된다.

호연지기란 무엇이냐. 천지간에 가득 찬 바르고 강한 큰 원기다. 도의道義에 뿌리를 박고 공명정대公明正大하여 조금도 부끄러울 것이 없는 도덕적 용기다.

호연지기는 천지의 정기正氣다. 사리사욕私利私慾에서 해방된 넓고 풍성한 마음이다. 크고 넓고 활달하고 유유자적하는 정신이다. 호연지기는 光明正大의 정신이다 빛나고 밝고 곧고 큰 정신이다. 호浩는 넓고 클 호자요, 물 질펀 할 호다. 그러므로 삼수 변에 쓴다. 마음이 넓고 큰 것이 호연이다.

호연은 태연泰然과 같은 뜻이다. 물이 성대盛大하게 거침없이 흐르는 것이 호연이다.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 호가浩歌요, 책츼 권수卷數가 많은 것이 호환이요, 넓고 큰 것이 호탕浩蕩이다. 물이 광대하게 흐르는 모양을 호호탕탕浩浩蕩蕩이라고 한다.

높은 산에 올라 눈 아래 여러 봉우리를 볼 때, 무변광대無邊廣大한 망망 대해를 바라볼 때, 우리는 크고 넓고 활달한 기상氣像을 갖게 된다.

이런 마음이 호연지기다.

이런 마음이 호연지기다. 호연지기를 처음으로 강조한 것은 중국 전국 시대의 사상가인 맹자다. 맹자는 중국의 사상가들 중에서 가장 용감하고 가장 전투적인 사상가다. 그의 사상은 호연지기의 산물이다.

맹자는 이렇게 말했다.

「오선양오吾善養吾 호연지기浩然之氣.」《맹자》,〈공손축 상〉

나는 나의 호연지기를 잘 기르고 있다.

그 다음은 이런 글이 나온다.

「선생님 호연지기란 무엇입니까.」

「한마디로 말하기는 힘들다. 호연지기는 지대지강至大至剛하다. 지극히 크고 지극히 강한 힘이다. 도道와 의義의 정신을 가지고 호연지기를 잘 배양하면 천지간에 멈치는 크고 활달한 기상이 발생한다. 그러나 도와 의를 저버리고 사심邪心을 품고 부정不正과 불의不義에 빠지면 호연지기는 시들어서 죽고 만다. 호연지기 뿌리는 도 道와 의 義다.」

맹자는 또 이렇게 말했다.

「자반이축自反而縮 수천만인雖千萬人 오왕의吾往矣.」《맹자》,〈공손축 상〉

스스로 돌이켜보아 자기의 행동이 옳다는 확고한 신념이 생기면 천만 사람이 모두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나는 의연依然한 자세로 나의 길을 가 겠다.

자반自反은 내가 나를 반성하는 것이다. 축縮은 오그라들 축 자지만 이 경우는 곧直을 축자다. 자기반성을 한 결과 나는 옳다는 확신이 서면 천만인이 반대하여도 나는 나의 길을 용왕매진勇往邁進하겠다. 이 말은 원래 공자가 애제자 愛弟子 증자曾子에게 한 말이다.

8,15 해방후에 해공海公 신익희申翼熙선생은 관공리官公吏들이 글씨를 한 폭 써달라고 부탁하면「염생위廉生威」라는 글을 많이 써주었다.

염생위란 무엇이냐. 「청렴해야만 권위가 생기고 위업과 위력이 생긴다」는 뜻이다..

부정한 돈을 먹거나 불의不義의 뇌물을 받으면, 절대로 권위와 위엄이 생길 수 없다.내가 깨끗해야만 당당하고 떳떳하게 옳은 말을 할 수 있다. 위엄은 청렴에서 생긴다.

「부정한 돈은 받지 말아라.」이것은 청백리淸白吏를 위한 금과옥조요,청백리가 반드시 지켜야할 실천 윤리다.

호연지기는 지대지강, 지극히 크고 지극히 강한 힘이다. 호연지기의 강대한 힘은 어디서 나오느냐, 의에서 나오고 청렴 淸廉에서 생긴다.

부정한 돈을 먹으면 큰 소리를 칠 수 없다. 도道와의義는 힘의 원천이다. 道 와 義 에서 벗어나면 힘이 생기지 않는다. 맹자의 호연지기는 정의감正義感에서 분출하는 지극히 강하고 지극히 큰 힘이다.

인생을 바로 살기 위하여 우리는 오기인五氣人이 되어야 한다.

신념과 용기와 행복의 생애를 창조하기 위하여 우리는 호연지기를 길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