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une 29, 2012

분단 현실과 매카시즘의 뿌리

분단 현실과 매카시즘의 뿌리
시론, 이길주 버겐커뮤니티칼리지 교수

매카시즘(McCarthyism)은 성숙하지 못한 정치문화의 대명사이다. 모든 미성숙함이 그렇듯 매카시즘도 심리적 뿌리가 깊다. 당연히 내것이라고 믿었던 그무엇이 더이상 내곁에 존재하지 않는데서 오는 상실감이 그 뿌리이다. 상실의 충격이 불안장애를 가져왔고, 결국 그책임을 누군가에게 돌려야 하는 분노의 표출이 매카시즘이었다.

1950년 2월 위스콘신주 출신 연방상원의원 조세프 매카시는 미국의 국무부를 장악하고 있는 공산주의자 명단을 갖고 있다는 폭탄선언을 한다. 그는 250명이란 구체적 숫자까지 제시했다. 이후 미국은 4년동안 붉은 마녀사냥 열기에 휩싸인다. 46년 상원이 된 매카시는 이미 문제의 인물이었다.
정치적 목적이 농후한 매카시의 선언이 미국인들의 상실감을 자극했다. 당시 미국인들은 제 2차 세계대전 후 당연히 미국의 것이라고 믿었던 두개를 잃었다는 생각에 분노해 있었다. 원자폭탄 기술이 내부 스파이에 의해 소련으로 유출됐다는 생각과, 중국을 공산주의에 빼앗겼다는 상실감 때문이었다. 특히 중국 공산화의 충격이 컸다.

수천 년을 이어온 찬란한 문화, 자원이 풍부한 넓은 땅, 인류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인구를 가진 중국은 세 개의 M으로 세계를 유혹해 왔다. 시장(Market)· 선교지(Mission)·군사기지(Military)로서의 가능성을 말한다. 중국 내전 당시 장제스의 국민당에 미국이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부은 이유다.
이 중국이 1949년 미국의 적이 되었다. 그상실감은 책임소재 파악의 광기로 분출됐다. 소위 '누가 중국을 잃어버렸나(Who Lost China?)' 논쟁이 시작됐다.

미국은 중국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마오쩌등의 표현대로 중국인들이 잠에서 깨어 일어났을 따름이었다. 중국을 일으켜세운 역사의 힘은 중국공산당이 제시한 민족주의, 반제국주의, 사회주의의 절묘한 조합이었다. 또 결벽에 가까운 인민군의 도덕성도 큰 힘이었다. 이 노도와 같은 힘을 타락한 국민당을 통해 막으려 한 미국의 오만과 오산이 '중국상실'의 원인이었다.

매카시는 중국을 공산주의 제단에 바친 국무부 관리들, 명문가·명문대 출신의·엘리트 외교관들을 겨냥했다. 곧 미국의 정부·학계·예술계는 적색분자 색출에나선다.

상처는 컸다. 실직, 사회적 매장, 가정의 파괴가 속출했다. 미국의 월남전 비극의 원인도 매카시즘이 제공했다. 원남전에 개임하지 않을 경우 "누가 인도차이나를 잃어버렸나?" 또는 더 나아가 "누가 아시아를 빼앗겼나?"의 책임추궁이 뒤따를 것을 의식한 케네디와 존슨은 월남의 수령으로 빠져들었다.

결국 매카시즘은 역사해석의 문제다. 원하지 않은 현실에대한 불안과 분노앞에 두개의 선택이 있다. 어떤 역사의 힘에 의해 현실이 도출돼었나를 반추해 볼 수 있다. 반면에 역사가 몇몇 악역에 의해 움직인다고 믿는 사관에 기초해 책임자 색출에 매달릴 수 있다. 근거가 약하거나 정치적 목적에서 비롯된 손가각질이 바로 매카시즘이다. 빗나간 현실에대한 로망이 강할수록 그 힘은 거세진다.

우리 민족의 분단과 대립, 그리고 3대 세습이 상징하는 북한의 가형적 현실 앞에도 이 같은 선택이 있다. 깊은 역사적 반추의 무분별한 사상적 손가락질이다. 성숙한 선택이 요구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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