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une 3, 2012

5월에 생각하는 두 대통령

5월에 생각하는 두 대통령
박정희와 노무현 대통령 삶의 행로는 정반대였지만 성품에는 공통점이 많아
박정희와 노무현, 도저히 공통점을 찾을 수 없을 듯한 '극과 극'이다. 총칼로 민주주의 를 무너뜨려 권력을 거머쥔 고 박정히 전 대통령, 그의 말대로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인 시민운동에 힘입어 권좌에 오른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속을 들여다 볼 수 없는 검은 선글래스기 박 대통령의 아이콘이었다면 노 대통령의 그것은 배 속이 훤히 보이는 노란 돼지저금통일 것이다. 밖 대통령은 권력의 마력에 빠져 결국 헌법을 페기하고 긴급조치를 발동시켜 영구집권을 꾀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 못 해먹겠다"는 그의 거친 고백대로 권력에 대한 희의가 컸다.
이렇듯 삶의 내용에서는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지만 박• 노 두 대통령은 성품에 있어 공통점이 적지않다. 나는 이들의 공통점을 A•B•C•로 정리한다.
먼저 이들은 '분노(Anger)'의 인물이었다. 박 대통령은 우리 민족의 허약함과 궁핍의 원인을 무력한 지도층에서 찾았다. 목적의식과 허례허식을 심어주었다고 믿었다. 박 대통령은 이것으로부터 국민을 해방시키겠다고 결심한다. 무인[武人]인 그가 손수 동요와도 같은 노래를 지어 국민이 부르도록 했다. 이렇게 그에겐 아이러니한 면이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도 기득권자들에 대한 분노가 넘쳤다. 그는 보통사람들이 세상을 밝고, 맑고, 푸르게 하는 주체라고 파악했다. 이들을 무시하고, 억압하며 좌절케 하는 기득권자들에 대한 그의 분노는 시국사건재판, 국회첨문회, 그리고 노동자들의 시위현장에서 터져나왔다. 보통사람들을 위한 그의 분노는 그를 소위 '스타'로 만들었다. 역시 아이러니였다.
이 두 대통령은 나라의 '기본(Basics)'을 바꿔야 산다고 믿었다. 박 대통령은 '조국근대화'를 외쳤다. 그가 꿈꾸는 나라는 '새마을'이었다. '서로서로 도와서, 땀 흘려서 일하고, 소득증대 힘써서, 부자마을 만드세.' 노랫말이지만 이보다 더 정확히 나라의 기본을 요약한 문장은 찾기어렵다.
노 대통령은 '원칙과 상식'이 지배하는 나라의 틀을 만들려 했다. 이런사회를 '사람사는 세상'이라고 했다. 그의 애창곡 '상록수'는 그 어느 명 연설보다 그의 생각을 더 잘 정리해 준다. '저들의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맞고 눈보라쳐도, 온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
박정희와 노무현은 '도전의식(Challenge)'도 공유했다. 이들은 제도권에서 성공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들이었다. 하지만 그 틀에 안주하지 않았다. 이들의 도전의식은 또 하나의 'C'를 낳는다. Confidant, 즉 가슴속을 들어내 보이고 같이 일을 도모할 수 있는 동지를 뜻한다. 박•노 전 대통령 모두 이들의 이름을 딴 '교[敎]'의 '전도자' 로 불릴 만큼 동지의식과 충성심이 강했던 젊은 측근들이 있었다.
박 대통령과 노 대통령은 죽음(Death) 의 순간에 서로 공유한 성품을 잘 드러냈다. 총상을 입은 박 전대통령의 마지막 말은 "난 괜찮아" 였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부엉바위로 향하기 전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고 적었다.
풀어보면 "난 괜찮다"와 같은 맥락이다. 마지막 순간에도 철저하게 주변을 의식한 두 전 대통령, 다른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주는 일로 존재 이유를 삼았던 이들은 자기희생적 에고이스트들은 아니었을까.
박 대통령의 등극과 노 대통령의 서거는 모두 5월의 역사다. 한국사에 있어 참으로 숨가빴던 5월을 보내며 떠올려본 난상[亂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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