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une 10, 2012

'닮았지만' 너무 다른 유대인과 한국인

'닮았지만' 너무 다른 유대인과 한민족

지난 31일과 1일 LA의 고급주택지 벨에어의 럭스호텔에서 '이스라엘 컨퍼런스.가 열렸다. 올해 4회째를 맞는 이스라엘의 벤처기업과 미국의 투자자본을 이어주는 유대계 커뮤니티행사다. 중앙일보는 한인언론으로는 처음으로 참관했다.
호텔 입구에서 기자를 가장 먼저 반긴사람은 '높으신 분' 이었다. 지난 8월에 부임한 데이비드 시걸 LA이스라엘 신임총영사이다. 인터뷰 요청도 하지 않았는데 그가 먼저 이야기좀 하자며 소매를 끌었다. 20녀분 계속된 대화 중간중간 시걸 총영사는 VIP들을 기자에게 소개했다.
그중 한명은 주미이스라엘 대사관의 경제차관이다. "이스랑엘 커뮤니티와 한인언론간의 네트워트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이날 첫 강연자였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연설은 단 10분으로 끝났다. 하지만 그는 이날 밤 9시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한사람 한사람 악수하고, 서로 소개시켜주고, 격려했다. 상대방은 대부분 이스라엘에서 날아온 젊은 벤처사업가들이었다. 장래 유망주들엑게 시걸 총영사는 '자국민을 보호하는 외교관'이기 전에 '형님'이자 '멘토' 였다.
컨퍼런스 창립자 샤로나 저스트먼씨에게서도 총영사 비슷한 냄새가 났다. 그녀는 이스라엘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교육받고 뿌리내린 1.5세로 우대계 커뮤니티의 마당발이다. 마케팅 전략 전문가인 그녀는 생업보다 이 행사에 더 시간을 쏟는다.
정부와 현지 커뮤니티의 찰떡궁함이 만든결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해 행사에서 2개 이스라엘 벤처사를 미국계 회사가 6억 달러에 샀다. 저스트먼씨에게 성공 비결을 물었더니 맥 빠지는 대답이 돌아왔다. "애국심이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유대인이라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을 내가 했을 뿐"이라고 했다.
취재 후 돌아오는 차안에서 부럽다는 생각만 들었다. 성공모델이 눈앞에 있는데 벤치마킹 시도조차 '안 하고' 있는 우리네 현실이 갑갑하기만 했다.
쉼없이 서로 싸운다. 한국 정치판은 온통 막말 뿐이다. 나꼼수로 시작돼 최근 민주당 임수경 의원까지 그들의 입에서 '금배지의 무거움'은 찾아볼 수 없다. 항상 그렇듯 한국 의회는 '식물 국회'가 됐다.
무대를 LA 로 옮기면 더 가관이다. 노인복지회관 운영을 놓고 한인회, 노인회, 회관 재단이사회가 다투고있다. 유대계는 억달러 단위의 벤처 먹거리를 위해 1년간 매진하는데, 한인 선관위는 고작 20만 달러 선거자금 조차 제대로 관리 못하고 있다. 올해 창립 40주년인 LA한인상공회의소도 그 많다는 네트워크를 도대체 어디다 쓰려는지 둥금하다.
한국 정부를 대변한다는 LA 총영사관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이날행사에서는 한국 정부가 구매의사를 밝힌 미사일방어체계 '아이언 돔'의 정수가 공개됐다. 강사는 제작업체인 이스라엘 방산기업 라파엘사의 CEO다. 삼성전자와 제휴한 무선충전 기술사 '파워메트' CEO도 자리했다. 직접 이스라엘로 가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 고맙게도 한자리에 모였는데, 우리정부는 그곳에 없었다.
시걸 총영사는 우리가 남같지 않다고 했다. "이스라엘과 한국은 많이 닮았다. 땅은 좁고, 자원도 부족하다. 적과 대치해 있어 젊은이들은 군대에가야한다. 정부와 국민이 똘똘 뭉치지 않으면 도태되고 만다. 한인들도 비슷한 위기감을 느끼지 않나?"
마땅한 대답을 못했다. 부럽다가, 갑갑해졌다가, 창피해졌다.
중앙컬럼 기획추재팀 편집자 정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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