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anuary 29, 2012

만행 공안인터뷰 공안수행




公安인터뷰, 공안수행

나는 사흘간의 수련동안 처음으로 공안인터뷰라는 것을 했다. 이 공안인터뷰는 숭산 큰스님의 아주 독특한 가르침으로, 비로소 나는 큰스님의 가르침 스타일대로 그를 만난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공안방법이 우리들 생각의 집착을 끊게하는 가히 혁명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숭산 큰스님은 학국불교의 수행전통을 서양의식에 성공적으로 접목시키셨는데 이 공안인터뷰는 가장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公安과 화두가 무엇인지부터 집고 넘어가 보자.
참선에 입문한 사람들이 수행을 통해 어떤깨달음에 이르렀다고 할 때 그 경지가 어느정도인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이때 필요한 것이 공안(선종에서 도를 깨치게 하기위하여 내는 과제)이다. 즉 제자들이 수행을 통해 깨달은 한쪽을 스승이 깨달은 한쪽과 맞춰보는 것이다. 마치 깨진 거울을 맞추듯 말이다. 공안은 이같은 깨달음의 경지를 확인하는 것 외에 그 자체가 수행이므로 공안수행이라고도 한다. 스승과의 문답을 통해 제자는 자신의 수행을 돌아보고 모든생각을 끊어 다시수행에 전념하는 것이다.
禪수행을 통ㅎ해 모든생각을 끊고 생각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몇 십년동안 신문, 방송,잡지, 책 등을 통해 내 머릿속에 입력된 온갖지식, 그리고 그것이 빚여내는 망상을 하루 아침에 없애 몸과 정신을 통해 우리 머릿속의 온갖 잡생각을 사정없이 뚝뚝 잘라내 제자들이 쉽ㄱ고 빠르게 진리의 길로 갈 수 있도록 하셨다. 온갖 복잡한 생각을 모두 끊어 제자들에게 ‘오직 모르겠다’는 본질적인 마음으로 돌아가게 한다.
한편 화두수행이란 공안 질문을 통해 스승이 던지신 질문, 그 실마리를 붙잡고 계속 參究스행하는 것이다. 먹을 때나 일할 때나 명상수행할 때나 차를 마실 때나 화두를 강하고 맑게잡고 있으면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전통적으로 한국불교에서는 비구, 비구니들은 스승한테 한 가지 화두를 받아 깨달음을 얻을 때 까지 참구 수행한다. 앉을때나 설 때나 잠을 잘 때도 화장실에 갈 때도 화두를 잡고있는다. 그런 화두수행을 통해 뭔가 깨달음을 얻으면 스승은 그것을 공안을 사용해 테스트한다.
큰스님은 언젠가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있다.
예날사람들의 생각은 지금보다 훨씬 단순했다. 잡 생각이 지금사람들보다 별로없었다는 얘기다. 따라서 화두하나를 잡으면 수년 수개월동안 수행에 전념할 수 있었다. 때로 아주 깊은산에 들어가 수행하면 생활은 더 단순해져 깨달음을 얻기가 쉬웠다. 그런데 요즈음은 다르다. 자유가 많아진 만큼 선택할 것도 많아졌고 그에따른 지식이나 정보도 많이 필요해졌다. 사는것이 훨씬 복잡해졌다.
서양은 동양보다 더 복잡하다. 더구나 우리 젠센터에서처럼 각자직업을 갖고 수행하는 사람들은 아예머리깎고 산에들어가 살며 스행하는 사람들보다 더많은 것들에 사로잡혀 있다. 그들은 복잡하고 바쁜생활을 한다. 가족이 있고 다양한 것들에 사로잡혀 있다. 사회는 점점 더 많은 자유를 사람들에게 주고있지만 생각과 삶은 더 복잡해졌다.미국의 절므은사람들을보아라. 무옷이든지 할 수 있지않은가. 심지어 인간관계에서의 제약도 없다. 여자가 여자를 사랑 할 수도있고 남자가 남자를 사랑할 수도있다. 이렇게 할수 있는 일은 많아졌지만 그렇기 때문에 결정하고 선택해야 할 릴은 더 많아졌다. 따라서 옛날처럼 오직화두하나만 오래들고앉아 있는 수행은 요즘사람들에게 너무어렵다…… 공안인터뷰를 통해 복잡하게 얽힌 생각들을 탁탁 끊어내야한다.
그래서 숭산 큰스님 절에서는 자주 공안인터뷰 수행이 벌어진다. 주말을 이용한 3일 특별수련 때는 매일, 여름과 겨울철의 3개월 특별수련(보통 안거러고 한다.) 때는 한사람당 일주일에 세 번씩 지도법사들과 공안인터뷰를 한다. 나의 첫번째 공안인터뷰는 1990년 1월경 케임브리지 젠센터에서 숭산스ㅡ님의 제자인 무등스님과 이루어졌다. 그는 재미교포였던 한국인이었다.
저녁예불을 마치고 그와 마주앉았다. 나는 그에게 먼저 절을 했다. 온화한 미소를 띤 그는 나에게 먼저 “질문이 있어요?”하고 물었다. 나는 겸연적게 웃으면서 “너무많아 무엇부터 여쭤야 할지 모르겠읍니다.”하고 대답했다. 당시 나는 온갖 궁금증으로 머리가 터질지경이었다. 무든스님은 여전히 만면에 웃음을 드리우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럼, 내가먼저 묻겠어요. 당신은 하버드 대학원에 다니는 공부를 아주 잘하는 학생이니 어떤질문이든 대답할 수 있겠지요. 우선 아주쉬운 질문하나를 하겠읍니다. 부처님께서는 이 세상모든 것에 불성이 있다고 했읍니다. 그런데 어느 날 중국의 조주선사에게 한 제자가 ‘개에게도 불성이 있읍니까? 하고 물었읍니다. 그러자 조주선사께서는 ‘없다’라고 잘라 말씀하셨읍니다. 자, 이제 제가 묻겠읍니다.(그러면서 그는 왼쪽팔에 차고있던 시계를 풀더니 이렇게 말했다.) 이 시계는 불성이 있읍니까 없읍니까?”
나는 갑작스런 그의 질문에 당혹스러웠다. 할말을 잃었다.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에 오갔지만 무슨말을 던져야 할지 판단이 서질않았다.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개졌다.
그러자 잠시후 그는 활짝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하버드에 다니는 수재인데 대답을 못하는군요. 아이들도 답할 수 있는 질문인데 말이에요. 당신의 머릿속엔 쓸데없는 지식으로 가득 차 있군요. 하하하.”
그이 방을 물러나와 다시 선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참선수해을 계속했다. 그때는 1월 한겨울이었는데도 내 몸에선 식은땀이 흘렀고 심장은 쿵쿵거렸다. 내가 그렇게 왜소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그런 가단한 질문에 대답을 못하다니……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이 질문이 뭘 의미하는지조차 파악을 못하고 있었다. 생전 태어나서 그런 질문을 받아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동안 나에게 한번도 그런유의 질문을 한 사람도 없었다. 부끄러움과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이 일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참선수행과 공안수행에 대해 강한호기심이 일었다.
불성이란 무엇인가.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진리란 무엇인가
나는 정ㅁ말 내 본성을 찾고 싶었다. 지식이 아닌 생생하게 살아있는 경험으로말이다. 지금 이 길에서 과연 누가나를 도와줄 수 있는가. 누가 나의 길을 대산할 수 있는가. 나말고는 아무도 없다는 진한 외로움 뒤에 순전히 혼자 이 진리의 길을 가야 한다는 굳은 신념이 일었다. 나를 찾으리라. 반드시 찾으리라…….

나의 마지막 스승

내가 숭산 큰스님을 비로서 개인적으로 만난것은 그로부터 한달이 지난 2월경이었다. 그때 큰스님은 로드아일랜드에 있는 프라비던스 젠센터 ‘홍법원’에 계셨다. 당시 홍ㅂ법원에는 90일간의 동안거가 진행되고 잇었는데 큰스님께서는 전세계를 무대로 강의와 법문을 하시다 잠시 잠간씩 짬을내서 안거 때마다 프리비던스 젠센터에 오셔서 안거 수행자들에게 법문과 공안인터뷰를 하곤 하셨다.
케임브리지 젠센터의 도반들은 그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짐을 꾸려 프라비던스로 갔다. 홍법원에 도착했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주말도 아닌 평일 저녁시간이었는데 무려 5백명이나 모여 있었다. 인근 부리운대학, 차로 두 시간 반이나 떨어진 예일대학, 역시 차로 한 시간이나 떨어진 보스턴대학의 학생과 교수들은 물론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샐러리맨들, 주부등까지 모여 있었다.
그날 숭산 큰스님의 법문은 사전에 별 예고도 없었다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며 케임브리지 지도법사들의 놀란입을 다물지 못했다. 나로서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드디어 큰스님니 선방에 모습을 드러내셨다. 두 달 전 하버드대학 대강의실에서 멀리서 처음 뵌 이후 비로서 가까이서 뵙게 된 것이다 나는 떨리는 마음을 누르고 큰스님 얼굴을 보았다. 온화한 미소와 반짝이는 눈동자를 가진 큰스님은 선방안에 아름다운 공명을 만들면서 법문을 시작했다.

오랜옛날 세상은 단순했읍니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복잡해졌읍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바로 사람 때문이에요. 사람이 갑자기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만 해도 지구상 총인구는 20억에 불과했읍니다. 인류가 이 지구상에 살기시작한 이래 수백만 년이 지났건만 그전까지만 해도 인구 성장은 그렇게 급격하지 않았읍니다. 고작 많아야 20억정도에서 왔다갔다했지요. 그런데 지금 (1990)은 무려 50억에 달합니다. 제 2차대전이 끝난 지 50여 년밖에 안 지났는데그동안 무려 30억 인구가 늘어난 것입니다.제2차 세계대전이후 세계는 아주 복잡해졌읍니다. 사람들의 생각이 복잡해지고 삶이 복잡해졌읍니다. 그러다보니 고통의 종류도 많아지고 정도도 깊어졌읍니다. 이 모든것은 이 지구상의 인구가 너무많은데서 온 것입니다.
뭔가 신비하고 내 가슴에 탕 전율이 올 말을 기대했건만 큰스님은 난데없이 인구이야기를 꺼내셨다. 호기심이 일긴 했지만 별로 신기할 것은 없었다. 그저 당연한 말씀 아닌가.

정작본론은 그 다음부터였다.

왜 인구가 이렇게 갑자기 늘어났을까? 그리고 세상은 왜 이렇게 갑자기 복잡해졋을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사람들이 고기를 즐겨먹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고기를 별로 잘 먹지 않았읍니다. 심지어 아시아 사람들은 1년 가야 한두 번, 끽해야 명절같은 날ㄹ 겨우고기구경을 했지요. 하지만 요즘은 하루에도 몇 번씩 고기를 먹습니다. 서양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구요.
모든 살아있는 것에는 영혼, 즉 정신의 에너지ㅣ가 있읍니다. 그리고 이것은 몸이 죽는다고 함께 죽는것이 아닙니다. 매일매일 이 세계에서 수십만 수백만 동물이 인간의 먹이로, 혹은 놀잇감이나 장신구용으로 한꺼번에 죽어갑니다. 동물의 몸이 죽으면 그 순간 동물의 의식은 몸에서 떨어집니다. 이 세상의 인과관계는 황상 명확합니다. 이 죽는 동물들에서 0.00001퍼센트가 사람이되는데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결코 적은 숫자가아닙니다. 이것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이론이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에너지가 다른형태로 바뀌는 물리학입니다.
여러분들 뉴욕이나 보스턴 거리를 걸으면서 사람들이 동물의 의식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읍니다. 그들의 마음속엔 인간과 동물의 의식이 섞여있읍니다. 동물들은 오직 자기들만의 종족번식을 위해 싸우며 다른종과는 어울리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폭력이 생겨나고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부모와 스승을 죽이고 많은 나라의 독재자들이 군대를 동원해 국민들을 죽입니다. 이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요즘 이런상황은 더 심각해졌읍니다. 오로지 돈을위해서 친구와 부모를 죽이고 동물을 죽이고 바다를 죽이고 지구를 오엽시킵니다. 여러분 자신을 들여다 보십시요 원래우리마음은 순수하고 맑습니다. 조금욕심이 있어도 우리는 그것을 지배할 수 있읍니다. 그러나 동물은 욕심을 지배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 지구는 통제불가능한 폭력이 지배하는 세상이 됐읍니다. 우리는 우리 본래의 의식과 마음의 씨인 이 본성을 깨달아야 합니다. 어느나라 아느민족을 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치나 종교 그 자체로는 이 세상을 도울 수 없습니다. 지식인들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노력하면 뭔가 겉모습을 약간 변형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궁극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진 못합니다.
쉽고도 재미있는 그러면서도 한ㅁ마디 한마디 버릴것이 없는 말씀이었다. 나는 큰감동을 받았다.
큰스님늬 말씀이 끝난 후 참석자들은 자연스럽게 여기저기 둘러앉아 녹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었다 나는 마침뉴욕대학에서 온 학생들과 얘기했는데 그들 역시 큰스님 말씀에 진ㄴ한 감명을 받은 듯 했다. 그들은 본래 큰스님을 뉴욕대학에 초청하는 문제를 사의하러 왔는데 큰스님의 일정 때문에 이루어지지 못했다. 참석자 중에는 예일대학법대를 다니는 학생도 있었는데 그의말이 아주 인상적이였다.
그는 법대에 들어가자마자 희망에 부풀었섰다고 했다. 법을 통해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에 가득 찼었다고 한다. 그러나 곧 자신의 이상이 헛된 것이었음을 느꼈다고 했다. 법은 단지 비지니스일 뿐 사회를 변화시키자못하며, 법을 바꾼다 하더라도 그것은 단지 겉의 변화일 뿐 이 세계를 궁극적으로 바꿀 수 없음을 깨달은 것이다.예를들어 미국은 남아프리카보다 더 훌륭한 법체계를 갖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폭력지수, 교도소 죄수들의 비율은 남아프리카보다 훨씬 더 높다. 사회를 법으로 바끄겠다는 생각,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헛된 것임을 깨달을즈음 숭산 큰스님을 만났다고 한다. 중여한 것은 바깥이 아니라 안, 우리의 마음이라는 큰스님의 말씀에 감명을 받고 수행에 열심히 참여하게 되었노라고 했다.
나는 그날 밤 미국의 건강한 인텔리들을 만났다는 사실에 무척 고무되었다. 늘 겉과 속이 다른, 생활과 말이 다른사람들만 보며 실망 했는데 그날 밤 그곳에서 만난사람들은 달랐다. 자신이 처한 곳에서 열심히, 순수하고 겸손하게 ‘빛’을 찾고 있었으며 숭산 큰스님의 가르침에 따라 열심히 수행하고 있었다.
어느덧 어둠이 짙게 깔렸을 즈음 한 미국인 스님이 일어나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매년 여름과 겨울에 3게월씩 집중하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안거라고도 합니다. 특히 한국의 ‘신원사’라는 절에서 하는 겨울안거 프로그램은 집중수행을 하고 싶은 여러분에게 아주좋을 것 같읍니다. 관심있는 사람은 신청하면 참여할 수 있읍니다.”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신청서를 썼다. 이번겨울은 놓쳤고 내년겨울 프로그램이었다. 당시나는 대학원 1학년 신학기였는데 공부를 잠시 쉬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였다. 좋다 내년 1년은 휴학을 하자. 공부보다도 진리를 찾는것이 더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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