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anuary 22, 2012

만 행 관세움보살을 만나다.

만행 관세음보살을 만나다.

1989년 봄, 피리에서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다. 이미 하버드 대학원 입학 허가서를 받아놓은 새태였기 때문에 준비도 해야 했고 무엇보다 학비를 벌어야 했다.
나는 뉴욕에 자리를 잡았다. 다행히 예일 대학이라는 졸업장 때문에 좋은 직장에 쉽게 취직을 할 수 있었다. 월스트리트에 있는 법률사무소에서 일을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한이상 부모님에게 더이상 손을 벌릴 수 없었고 대학원 학비를 벌어야 했기 때문이다. 처음하는 직장생활은 힘들었짐만 그런대로 재미있었다. 뉴욕 생활도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내 마음의 근본적 방황은 해결되지 않았다. 밤이되면 허무감을 견딜 수 없어 매일 밤 술을 마셨다.
당시 나는 불교를 오로지 책을 통해서만 접했다. 그 당시 불교는 내게 지식에 불과했던 것이다. 개념적으로는, 머릿속으로는 불교가 무엇인지 이해하게 되었지만 실질적으로 내 삶을 변화시키기에는 역부족 이었다.
겉으로 보여지는 내 삶은 그럴듯했다. 미국의 내로라 하는 할리우드 스탇들과 대기업 경영진이 주고객인 법률사뮤소에서 돈도 꽤나 많이 벌었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다. 그러나 나는 행복하지 않았고 미음속으로는 고민이 쌓여갔다. 견딜 수 없을 때는 성당으로 달려갔다. 무릎을 꿇고 몇 시간 동안이나 간절히 가도를 올렸다.
‘주여, 제가 가야할 길을 일러주십시오.’
기도를 마치고 나오는 길은 잠시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었지만 이내 마찬가지였다. 너무 고통스러웠다. 더이상 아무것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심지어는 간절히 기도를 올리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쓸데없는 짓’ 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기도가 제대로 될 리 없었다. 그러한 사실이 나를 더욱더 절망에 빠지게 했다.. 나를 지탱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매일 밤 나는 집에가서 일기를 썼다. 밤을 새워 대학노트에 몇 페이지씩 끄적거렸다.
“나는 누구인가, 나를 내 맘대로 하지 못하겠다. 신에게 기도하는 것은 더이상 쓸모없는 일이다.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하지 않았나.
에머슨, 쇼펜하우어 모두, 신은 우리가 만든 것이며 우리 마음이 신을 만들었다고 하지 않았나. 신이 넚다면 나는 누구인가. 어떤 존재인가. 데카르트는 ‘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고 했다. 그러면 도대체 이 ‘나’라는 것은 무엇인가.”
길을 걸으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사람을 만나면서도 잠을 자면서도 내 머릿속에는 온통 이 생각뿐이었다. 그동안 내가 받았던 모든 교육, 내가 했던 모든 경험들이 마야흐로 한 가지 생각에 모였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누구……인가. 누구인가..’…
절망의 바다를 걷고 있던 어느 날, 나는 아주 귀한 경험을 하게된다. 돌이켜 생각하면 할수록 그날은 내 인생에서 몇 안 되는 중요한 날이다.
ㅍ쳥소 사무실에서 친하게 지내던 변호시 돈이 나를 파티에 초대했다. 자기친구들이 나를보고 싶어한다며 일이 끝나면 함께 가자고 했다. 그와 나는 무척 친하게 지냈는데 아마 자기친구들에게 내 얘기를 많이 한 듯 했다. 우리는 그날 일을 마치고 파티가 열리는 카페로 가기전에 몇몇친구들과 먼저만나 포켓볼을 쳤다. 나는 포켇볼치는 것을 아주 좋아했다. 게임이 끝나고 우리는 테이불로 옮겨 술을 마셨다. 내 주위 모든사람들은 아주 즐거운 표정들이넜다. 나 역시 겉으로는 즐거운 척했지만 마음속은 허전하고 외로웠고 절망적이었다. 옆에 읹아있던 돈이 내 표정을 읽었는지 걱정스럽게 물었다.
“무슨 안 좋은 일이 있는 거야? 힘내.”
잠시후 으리는 파틱가 열리는 뉴욕시내의 나주 유명한 술집으로 옮겼다. 택시를 타고가ㅏ는 사이에도 내 맘은 너무 허전했다. 창밖으로 연인인 듯한 남녀가 팔짱을끼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지나가고 있었지만 내 눈에는 그들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진 것처럼ㅁ 보였다. 아주 무서운 악몽을 꾸고있는 것 같았다. 사는것이 아무의미가 없었고 모든 것이 헛되었다.
보고 먹고즐길거리가 많은 뉴욕의 한복판에서 하버드, 프린스턴, 버클리 등 명문대학을 아온 동 많은 수재들과 함께 거의 매일 밤을 이렇게 놀고 마시지만 삶이란 그런게 전부가 아닌 것 같았다. 내 친구들의 삶이란 무엇인가. 사회와 그들의 가족들은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을 키우기 위해 엄청난 돈을 투자했다. 그들은 사회의 최상층부 진입을 가다리는 대기자들이었다. 그러나 정작 그들의 삶은 무었인가. 오늘은 술집, 내일은 당구장, 카페, 디스코텍, 그들이 관심을 갖는것은 좋은배우자, 좋은차, 좋은집, 좋은직장…….온통 그런것들뿐이었다. 아무도 그 세계에서 빠져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나역시 마찬가지였다. 속으로는 수행자의 삶을 꿈꾼다고 하면서도 나를 꼬드기는 세상의 유혹에 쉽사리 넘어갔다.
그때의 나를 생각하면 지금도 내 눈에는 눈물이 흐른다.결국 그런삶은 동물원에 갇힌 동물의 삶이 아닌가. 평생 쳇바퀴를 돌 듯 그렇게 살아야 한다. 그러나 둥물원 우리란 무었인가? 내가만든 것 이닌가. 그래놓고 빠져나올 수 없더고? 그것은 우리 스스로가 갇힌 삶을 즐기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택시에서 내려 친구들과 함께 길을 걸었다. 걸으면서도 계속 아런생각을 했다.
‘이런 삶이 나에게 가져다주는 게 뭐지? 모든사람들이 마치 꿈속에서 살고있는 것같이, 뉴욕시의 마천루 같은 꿈, 하지만 그건 꿈이 아니가. 꿈꾸는 사람은 결코 서로를 볼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어, 모든사람들은 각자가 자기들만의 꿈을갖고 그 세계에 갇혀있는 것 아니가. 어떤사람은 변호사의 꿈, 어떤사람은 은행원의 꿈, 어떤사람은 좋은 여자친구를 갖고 싶다는 꿈, 어떤사람은 훌륭한 아버지의 꿈, 그러면 내 꿈은? 종교를 갖지 않은 철학자가 되겠다는 꿈? 더이상 책은 필요없어. 뭔가 행동이 필요해.’
마침내 술집에 도착했다. 술집에 들어가자 이미 도착했던 사람들이 일제히 우리를 반겼다. 자리를 잡고 앉자 아름다운 여자들이 다가와 달콤한 키스세례를 퍼부었다.
돈이 나를 친구들에게 소개했다. 나는 친구들과 악수를 할 때마다 그들의 반응에 놀랐다. 상대방은 내 얼굴을 보고 흠칫놀라는 표정들이었다. 그들의 반응에 내가 더 놀랐다. 내 깊은 마음속을 들키지나 않았나 부끄럽기도 했다. 그리고 그 정도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에 충격을 받았다.
나 역시 놀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날 밤, 내 마음은 검정 숯검댕이가 얹힌 듯 답답했다. 여러사람들이 나에게 말을걸어왔지만 마무것도 흥미롭지 않았다.
어느덧 나는 혼자가되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오히려 그게 편했다. 그때였다. 아차! 이리기장을 당구장에 놓고 온 것이다. 그즈음 나는 일기장을 항상 가지고 다녔다. 순간순간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감정을 나한테라도 털어놓고 싶었다. 그렇게라도 하지않으면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일기장에는 지난 몇 달동안의 나의 모든것이 담겨 있었다.
친구들ㅇ[ 얘기했던; 그곳으로 전화해서 내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했다. 하짐만 나는 서둘러 술집을 나와 당구장으로 향했다. 일기장도 일기장이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어서 빨리 이 분위기에서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뉴욕의 아름다운 밤거리를 걸으면서도 허무감에 견딜 수 없었다. 내가 믿었던 하느님은 그러면 환상이었나. 그렇다면 이제 무엇을 믿고 의지해야 하는가. 이모든 고통을 나혼자 고스란히 헤쳐가야 하는가. 지독한 외로움이 밀려왔다.
나는 이제 다음단계로 나아가야 함을 알았다. 그러나 방향을 모르고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하나. 하버드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있었지만 철학책을 파고드는 건 더이상 도움이 안 돼. 쇼펜하우어도 마찬가지야 그렇다고 죽을 때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어.
‘아 !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
갑자기 일기장을 찾는즉시 버려야겠다고 결심했다. 나의 모든 생각이 적혀있는 일기장이란 나의 고통스런 삶을 대변하는 상징물아닌가…… .오히려 그것을 쓰고 읽을 때마다 고통이 더하는 것 아닌가. 일기장은 쓰레기에 불과해. 그래. 일기장을 찾는 즉시 버리자.
당구장은 브루크린 다리근처에 있었다. 브루클린 다리는 맨허튼에서 브루클린을 잇는 이스트 강에 서 있는 다리로서 뉴욕에서 아주 아름다운 다리다. 나는일기장을 이스트강에 던지기로 작정했다.
일기장을 버리면 마치 나의 고통이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그뒤를 이어 많은 생각들이 자나갔다.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나는 그때 환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당시 소크라테스를 읽고 있었는데 그가말한 영혼의 불멸설에 관해 심취하고 있었다. 소크라테스는 지금 이생은 많은 인생시리즈 중 한 막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생은 단지 전생의 결과물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생에서 내생의 환생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을 따른다면 강물에 몸을 던져 환생을 경험해 볼수도 있지않을까. 어쩌면 이 끝없는 심연의 고통에서 자유로워질지도 몰라. 그래, 그들이 말하는 것을 내 행동으로 경험해보자.’
그런깊은 생각에 잠겨 길을걷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내 옆에다가온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쳐들었다.
“야, 너 돈 좀 있냐?”
웬 뚱뚱한 흑인 거지가 계단에 낮아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아주 누추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처음엔 재수없이 걸렸다는 생각을하고 눈살을 찌푸렸는데 잠시후 느의 환한 미소와 눈동자를 보고 흠칫 놀랐다. 그의 눈동자가 너무 맑았던 것이다. 그 뚱뚱한 흑인거지 주변에는 친구들인 듯한 홈리스들이 둘러앉아 있었다. 더러운 머리칼, 제멋대로 자란수염, 각종오물로 뒤덮여 있는듯한 악취, 그들은 큰 양주병을 돌려가며 마시고 있었다. 뚱뚱한 흑인은 그 한가은데 앉아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에게서 풍겨나온 분위기가 아주 따뜻하고 여유로웠다.
“야, 돈 좀 있으면 내놓고 가지 그래?”
본능적으로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지페다발이 쥐어졌다.
본래 파티에는 돈이 많이 필요했다. 최소한 2백에서 3백 달러는 준비해야 했다. 다행히 내 호주머니에는 3백달러라는 큰돈이 있었다.
아무생각없이 그것 모두를 그에게 건넸다.
그 순간 돈이란 나에게 한낱 종이조각에 불과했다. 잠시후면 브루크린다리에 가서 몸을 던질텐데 이 돈이 무슨소용이 있다는 말인가. 내가 지페다발을 건네자 갑자기 그들이 달려와 내 손에서 돈을 낚아채고는 이내 함성을 지르고 행복한 표정이 되었다. 그런데 그 뚱뚱한 흑인은 움직이지 않았다. 계속 미소를 머금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앉으라고 손짓했다. 나는 터덜터덜 그 옆에 가 앉았다.
누군가 자기들이 먹고있던 양주병을 나에게 건넸다. 한 모금 들이키라는 권유였다. 양주병 주둥아리 주변은 재 같은 게 덕지덕지 붙어 너무더러웠다. 평소같으면 손도대지 않았을 텐데 그날 나는 완전히 삶의 의욕을 잃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두려움이 없었다.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계속 나에게 미소만 보냈던 뚱뚱한 흑인이 내게 말을 건넸다.
“야, 아름이 뭐야?”
“ 폴. ” “무슨 일 있어? 왜 얼굴이 그 모양이야?”
“사는 게 재미없어.”
그러자 그는 “하 하 하 “ 갑자기 웃음을 터뜨린 뒤 이렇게 물었다.
“오늘 며칠인지 알아?” “글쎄 3월 29일 , 30일?”
그러자 그는 크게 웃으며 두툼하고 큰 손바닥으로 내 오른쪽 어깨를 툭 쳤다.
“아니야, 오늘은 네 생일이야.”
무슨 뜬금없는 소리야, 갑자기 어리둥절한 나는 아렇게 대꾸했다.
“내 생일은 11월 달이야.”
“아니야, 오늘이 바로 네 생일이라니까. 나중에 내가 한 얘기를 떠올리면 이해하게 될 거야.”
나는 한참동안 그의눈을 쳐다보았다. 검고 깊으면서도 따뜻한 눈.
“자, 그러면 내가 생일 축하노래 하나 불러주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잔잔하면서도 성량이 풍부한 목소리로 흑인 영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주 순수하고 맑은 목소리였다. 노래를 부르는 그의 얼굴은 마치 교회에서 성가를 부르는 듯 평온하고 행복한 표정이었다. 순간 가슴속에서 뭔가 벅차고 회망찬 것이 치밀어오르는 느낌아었다. 노래가 끝나갈 무렵, 그와 함께 앉아있던 거지 친구들이 내가 준 돈으로 술과 안주거리를 사왔다.
어둠이 짙게 깔린 거리에 앉아 우리는 노래를 부르고 술을 마셨다.
나는 잠시후 ‘그’가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밤에는 어디서 자지?”
“지하철, 길거리 모두가 내 잠자리지.”
“뭐 갖고 싶은 것은 없어?”
“하하하, 이 바람 이 공기 모든 게 내것이야. 더 이상 뭐가 필요해, 하하하.”
그의 상쾌하고 환한 웃음이 너무 부러웠다. 내 마음도 덩달아 편안해졌다. 일기장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은 완전히 잊어버렸다. 그리고 내 아파트로 다시돌아왔다.
다음날, 잠이 깨었을 때 마는 뭔가에 쫓기듯 전화번호부를 뒤졌다.
그리고 참선센터 zen Center 의 전화번호를 찾기시작했다.

나는 그렇게 해서 난생처음 젠센터를 찾아 본격적으로 참선수행을 하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뭐라고 설명할 수 없지만, 둔기로 얻어맞은 충격같은 느낌, 지금와 생각해보면 그 흑인거지야말로 길을 잃고 방황하는 내게 손을 내밀어준 관세음보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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