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February 20, 2012

돌이킬 수 없는 일

돌이 수 없는 일
스님이 된지 2개월쯤 뒤 프라비던스 젠 센터에서 여자친구를 만났다. 그녀는 얼굴이 완전히 반쪽이 되어 있었다.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그러나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당신이 원한다면 때까지 기다릴게요.”
나는 그네에게 ‘기다리지 말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녀는 한 가닥 희망이라도 잡겠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소리쳤다.
“당신 미쳤어요? 우리 사랑이 어떤 것이었는데 그렇게 헌신짝처럼 버릴 수 있어요?”
나는 사정하다시피 말했다.
“버리는 것이 아니야. 나 자신을 모르면 나는 당신조차 사랑할 수 없어, 아니, 이 세상 누구도 사랑할 수 없어.”
그녀는 흐느끼기 시작했다.
아! 그 순간의 고통을 어떻게 말로 설명할 것 인가. 그녀의 사랑 없이는 난 하루도 못 살 것 같은 그런 날이 있었는데 결국 이렇게 헤어져야 하는구나. 순간 마음속으로 요동을 쳤다. 이렇게 소중한 사랑을 버리고 내가 찾는 길이 도대체 무엇이냐. 이거 완전히 미친 것 아니야?
그녀와 겪은 이별의 고통은 사실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이미 충분히 예견한 바였기 때문이다. 그 고통이 얼마나 클지도 알고 있었다. 비록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크다 할지라도 이겨낼 자신이 있었다. 정작 내가 놀랐던 것은 내 가슴을 찌르는 칼을 바로 내가 잡고 있었다는 자각 때문이었다. 지금 이 순간 내 심장을 찌르는 것은 다름아닌 내 손이라는 사실이었다. 나는 그녀의 가슴에 고통을 만들고 있으며 동시에 내 가슴에도 고통을 만들고 있다.
아무도 나에게 이 길을 가라고 하지 않았다. 이렇게 완벽한 사랑과 편안함과 달콤함이 보장된 길을 거부하고 고통의 가시밭길을 가라고 내 등을 떠민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다시 돌아갈 수 있다. 이 순간, 내 마음을 바꾸면 이 아름답고 훌륭하고 지혜로우며 특별한 사람과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영원히 행복하게 살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그저 찰라적인 것이었다.”
스님이 되겠다는 결정은 이미 오래 전에 한 것이 아닌가. 수 년동안의 세월을 오직 머릿속에 스님이 되고 싶다, 아니다 하는 마음으로 싸워왔고 미침내 결정을 내린 것이다.
헛되고 쓸모 없는 경쟁과 마음의 고통을 안고 위선적인 삶을 살고 싶지 않다는 결론 말이다. 그리고 이미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종교적 가르침이 뭔가 모자라고 부족하다는 생각은 내 안에서 진리에대한 탐구라는 불을 피우지 않았는가. 나는 지금 그런 모든 고민과 회의를 통해 얻은 결론을 바꿀 수 없다. 진정 내가 이 여인을 사랑한다 하더라도 결국은 다시 이 길로 돌아올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지금 이 여자와 결혼을 한다면 분명 나 자신을 끊임없이 증오하고 학대할 것이다. 그러나 그때 가서 겪을 고통은 나 혼자만의 고통이 아니라 그녀와 내 자식들이 함께 짐져야 할 고통이다. 내가 무슨 자격으로 그들에게 그런 고통을 줄 수가 있는가.
설서, 내가 정말 완벽하고 행복한 나만의 세계를 가진다 한들 인생이라는 고통의 바다에서 허덕이는 다른 사람들은 어쩔 것인가. 나 혼자만이 행복하고 나 혼자만이 즐거운 것이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나는 나 자신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이 세상 고통의 본질에 대한 이 심오한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그 수많은 철학책, 어렸을 때부터 배우고 가르침을 받았던 종교는 나 에게 해답을 주지 못했으므로 혼자서 그것을 찾아야만 한다.
“수행하면서 각자 서 있는 곳에서 열심히 살자.”
내가 낮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는 더 이상 말해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듯 나를 지나쳐 천천히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 순간에도 내 마음속에서는 ‘이제라도 늦지 않아 그녀를 붙잡아, 얼른 뛰어가 그녀를 안으란말이야’ 하고 서리치는 또 다른 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쾅’
순기, 온 세상의 소리와 시간이 다 멈춘 듯 정적과 침묵의 세계에 나 홀로 놓여졌다는 진한 외로움이 밀려왔다. 한편으로는 이제야 모든 것을 벗어 던졌다는 홀가분함도 느껴졌다.
나는 그렇게 오래도록 방안에 홀로 서 있었다.
이제 내 손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더 이상 붙잡을 것도 더 이상 주저할 것도 더 이상 미련이 남을 것도……. 아무것도 없다.
그렇게 …… 나의 사랑은 끝났다.
http://blog.koreadaily.com/hankw2010/509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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