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April 8, 2012

숭산 대선사의 가르침 애별리고

애별리고 愛別離苦,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고통

생로병사의 四苦는 대부분 육체가 느끼는 물리적 고통을 말한다. 그러나 마음의 四苦도 있다. 어쩌면 육체의 고통보다 마음의 고통이 더 클 수도 있다. 왜냐하면 마음의 고통은 우리의 끊임없는 생각이 만들어내는 것이므로 이겨내기가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모든 생각은 ‘나’라는 에고가 만들어낸 욕망이며, 욕망은 곧 고통이다. 생각하는 마음 그 자체가 이미 엄청난 고통을 만들어낸다.
오래 전 한국에서 뉴욕으로 이민 온 친구가 있었다. 그는 한국에 약혼자가 있었는데, ‘열심히 공부해 박사학위를 딴 다음 교수가 돼서 미국으로 너를 불러들여 결혼하겠다’고’ 약혼자한테 약속해놓은 상태였다. 그들은 서로 사랑했고 하루가 멀다 하고 서로 편지를 주고 받았다. 세월은 흘러 그는 대학, 대학원을 무사히 마치고 결국 교수가 됐고, 고국의 약혼녀와 같이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돈을 모았다. 그러다 문제가 생겼다. 같은 학교 교수이면서 부자인 한 미국 여자를 만나 사귀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은 그만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렇게 1년이가고 2년이 갔다. 그 남자는 새 애인과 동거를 하면서도 들키지 않으려고 고국의 약혼녀에게 계속 편지를 보냈다. 한국의 약혼녀는 이제나저제나 미국에 있는 약혼자로부터 ‘미국에서 살 준비가 끝났으니 들어오라’는 말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약혼녀 친구가 정부에서 해외취업 비자를 내주기 시작했으니 그것을 받아 일단 미국으로 가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했다. 약혼녀는 ‘그래’ 그 사람은 돈이없어 못 올 테니 내가 가보자’고 생각했다. 마침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약혼자를 놀라게 하려고 알리지도 않고 떠났다. ‘아마 나를 보는 순간, 너무놀라워 반가워 하겠지.’ 그녀의 마음은 두근거렸고,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천리만리 길을 멀다 않고 달려온 그녀는 마침내 편지 봉투에 적혀있던 주소대로 약혼자의 집을 찾는데 성공했다. 친절한 택시기사의 도움을 받아 약혼자의 집 문 앞에 당도한 시각이 아침8시였다. 그녀는 힘껏문을 두드렸다. 탕탕탕.
“나예요, 문 열어요.” 그녀는 약혼자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마침내 aans이 열렸다. 아뿔사, 잠결에 뛰어나온 약혼자는 놀라 자빠질 지경이었고, 기쁘기는커녕 하얗게 질려버렸다. 어색하고 놀란 남자의 얼굴에는 아랑곳없이 여자는 내 집인양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이곳저곳 둘러보는 여자의 귀를 따라다니던 남편의 태도에는 이상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반가워하는 기색도 없이 숨긴 것을 들킬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마침내 침실 앞, 남자는 침실만큼은 한사코 약혼녀를 데리고 가려하지 않았다. 결국 약혼녀가 그를 밀치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침대 위에는 벌거벗은 미국여자가 누워있는 것이아닌가.
눈이 뒤집힌 약혼녀는 부엌으로 뛰어가서 식칼을 들고 나와 두 사람을 죽여버릴 기세였다. 방 안에선 일대 격전이 벌어졌다. 약혼자와 미국 여자는 무릎을 끓고 손이 발이되다시피 싹싹 빌었다. 하지만 약혼녀의 분노는 식을 줄 몰랐다. 소동에 놀란 이웃사람들이 경찰에 신고를 하는 바람에 세 사람은 경찰에 구속되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하는 고통을 우리는 ‘애별리고’라고 한다. 욕심과 집착이 빚어낸 정신적 고통이다. 아마 믾은 사람들이 경험했을텐데, 이런 고통은 사람뿐 아니라 물건에 대한 집착 때문에도 생길 수 있다.
내 제자중에 12캐럿짜리 다이야몬드를 가지고 있었던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언젠가 병에 걸려 수술을 받는 바람에 장기간 병원에 누워있어야 했는데, 병원에서도 오직 다이야몬드 생각뿐이었다. ‘다이야몬드는 잘 있을까? 누가 훔쳐가지나 않았을까? 몸이 그렇게 아팠음에도 그녀는 오로지 다이야몬드 걱정만 했다. 그후 퇴원해 집에 돌아와 보니 정말 도둑이 들어 다이야몬드가 없어졌다는 것을 알았다.그녀는 너무 슬퍼서 미칠 지경이 되었고,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슬픔을 달래려고 술까지 먹기 시작해 건강은 엉망이 되었다.
이것은 옳지 않다 인간으로 태어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안다면 다이야몬드에 그렇게 자신의 모든 것을 걸지는 않으리라. 건강과 맛바꿀 만한 물건이란 없다. 우리는 이 덧없는 물질에 매달려 생각하고 집착하면서 고통스러워 한다. 궁극적으로는 없어질 그것들을 얻기 위해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사람을 죽이기까지 한다.
일상 생활에서 우리는 이와 비슷한 경우를 수없이 목격한다. 두 남녀가 사랑에 빠져 서로 죽고 못 산다고 한다. 그러다 둘 중 한 사람의 맘이 변해 헤어지자고 한다. 상대방은 고통에 빠져 먹지도, 잠을 이루지도 못해 병이 들고 만다. 그토록 서로가 죽지 못해 사랑했을 때는 언제인가 싶게 상대방을 죽이고 싶도록 미워하는 마음까지 생긴다. 따지고보면 애욕만큼 큰 고통을 불러오는 것도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애욕에 눈이멀어 고통을 스스로 만든다.
오래전에 들은 이야기다 사랑하는 남녀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동성동본이었다. 부모님들은 두 사람의 결혼을 결사반대 했다. 지금은 동성동본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그때만 해도 당사자들은 큰 고통을 겪었다.
실의에 빠진 남녀는 마침내 동반 자살을 결심했다. 이승에서 같이 못 할 바에야 차라리 함께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물론 그들과 가족들이 겪었던 괴로움은 엄청나게 컸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든 것이 변하고 또 사라진다. 이것을 깨닫기 못한다면 우리는 결국 영원히 쥘 수 없는 무상한 것들 것 손에 쥐고 싶어 안달하며 괴로워하다 죽고 만다 보통 인간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원증회고 怨憎會苦, 싫어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어야 하는 고통
안타깝게도 이 세상에는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보다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다. 그런데 이 ‘좋다’, ‘싫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속담이 있다. 아래는 깊은 낭떠러지에고 하루빨리 서둘러가야 하는 길인데, 막상 다리 한가운데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원수를 만났다고 생각해 보라.좋고 싫다는 마음에 집착하는 사람들에게 이 고통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 대해 좋다 혹은 싫다라는 감정을 갖게 되면 고통이 찾아온다. 그 인과관계는 아주 명확하다.
미국에서는 이런 상황을 해결하는 방식이 매우 간단하다. 싫은 사람이 있으면 총으로 쏴 죽이면 된다. (하하하) 그러나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싫은 사람이 있어도 겉으로는 좋은 척한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오직 싫은 사람에 대한 나쁜 생각만 하기대문에 다른 사람에게 그 사람에 대한 험담을 하기도 한다. 끊임없이 기회닿는대로 그에 대해 헐뜯는다. 이 모든 것은 고통을 만들어낸다. 결국 이러한 고통은 어떤 견해에 대한 집착 때문에 생긴다. 싫다. 좋다. 하는 집착에서 생기는 것이다.

구부득고求不得苦,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고통
교회나 절에 와서 기도하는 사람들은 뭔가를 구하는 마음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명예, 돈, 아이들 장례, 도 좋은 연인, 집, 직업…… . 하자만 실제 이런 것들은 기도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주가 그런식으로 운행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총선거는 한 선거구에 적게는 2, 3명, 많게는 7, 8명씩나온다. 그중 당선되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다. 나머지 후보자들은 몇 년동안 열심히 벌어서 모은 돈을 한꺼번에 투자하고 가족들까지 선거운동에 동원하지만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게된다. 원하는 것을 얻지못하면 고통이 찾아오는 것이다.
몇 년 전에 돈 한푼 없으면서도 높은 이자의 돈을 빌려 친인척까지 동원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사람이 있다. 그런데 그는 그만 1등과 다섯표 차이로 떨어지고 말았다. 채무자들과 친인척들이 몰려와 그에게 빚 갚으라고 아우성을 쳐댔다. 그는 자살하고 싶었지만 약을 살 돈조차 없었고, 결국 고층 빌딩에서 뛰어내렸다. 돈 들이지 안고 죽고싶다는 소원(?)을 실현한 셈이었다. 시험에 떨어진 사람, 경기에 진 사람, 상업에 실패한 사람의 고통이 어찌 이보다 못할 것인가. 자살할 용기가 없으니 죽지못해 사는 것이다.
고통 그 자체는 좋은 것도, 나쁜것도 아니다. 고통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 어떤 고통은 우리에게 상처를 주지만 강하게 노력하는 마음이 있으면 도움을 주는 고통이있다.
언젠가 한 미국학생이 나에게 상담을 해왔다.
“선사님, 괴로움이 있는데요.”
“무엇입니까?”
“저는 멋있는 여자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돈도 많이 벌고, 좋은 직업도 갖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제 능력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합니다. 참선한다고 앉아 있으면 저는 계속 이런 생각만 들어요. 여자 친구, 돈, 직장, 여자 친구, 돈 직장……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습니다. 겉으로는 불경을 외면서도 속으로는 계속 여자 친구, 돈, 직장만을 되뇌입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더 크게 내가 원하는 것들이 내 안에서 울려 퍼집니다. 고통스러워 견딜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런 상황에서는 사실 참선 수행이 잘 먹혀들지 않는다. 마음속에 집착이 보물처럼 들어 있어서 다른 아무것도 들어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에게 오히려 이렇게 조언했다.
“지금보다 더한 고통이 필요합니다.”
그러자 학생은 당혹스런 표정이 되었다.
“더 고통을 겪으라니요. 저는 이미 무척 힘듭니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더 고통을 겪으면 여자 친구도 생기고 돈도 벌고 좋은 직장도 생길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매일 1천 배를 하고 관세음보살을 5천번씩 외세요.”
“과연 그렇게 하면 제가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을까요?”
“중국 속담에 이열치열 이한 치한이라는 말이 있지요. 고통은 고통으로 치유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당신은 지금 힘들어하고 있지만 그 고통은 깨끗하지 않은 것입니다. 1천 배를 하고 관세음보살을 외는 것도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깨끗한 고통입니다. 고통을 다른 고통으로 치료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본래 당신의 고통은 사라지고 지혜가 생길 것입니다.”
ㄱ그 학생은 내 말을 따라 1백 일 동안 열심히 절과 염불 수행을 했다. 결국 그는 나중에 거짓말처럼 훌륭한 여자친구와 새로운 일자리가 나타났고, 돈도 많이 벌게 되었다.
그 학생은 뭔가를 ‘구하기’ 위해 열심히 수행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수행의 본질, 생각의 본질, 고통에 신음하는 마음을 본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일단 수행이라는 약을 먹으면 올바른 수행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하다. 나는 그의 병을 고치기 위해 그의 병을 ‘이영한’ 것이다. 이것을 ‘법사탕 Dharma candy’이라고 부르고 싶다. 1 백일 수행이 끝난 귀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수행은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읍니다. 하지만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수행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바로 당신의 참 자아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일단 그가 수행을 시작했기 때문에 한 단계 높은 가르침이 가능해진 것이다. 사실 이 학생에게 준 가르침은 그다지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8만 4천 가지 각각의 고통마다 모두 다른 약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여러분들 중에도 뭔가 얻거나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열심히 절을 하고 염불을 하고 참선 수행하라. 그렇게 하면 다 얻을 수 있다.
사람들은 얻고 싶은 것을 얻지 못하면 상심한다. 그러나 실제로 무엇을 얻기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은 별로없다. 그저 바라기만 할 뿐이고, 언제나 현실을 고통스러워하면서 정처 없이 방황하기만 한다.그러나 참선 수행하는 사람들은 결국 그들의 참 자아를 발견해 완벽하게 다른 생명들과 일치되는 삶을 살 수 있다. 참 자아를 얻는다면 모든 것을 얻는 것이다. 자! 여러분은 어느 길을 택하겠는가?
우리는 스스로 만든 작은 세계에 갇혀 산다. 마치 모기가 작은 병속에 들어가 ‘앵앵’거리며 탈출구를 찾듯, 모든 사람들은 이 고통의 연옥에서 헤어나기를 바란다. 그러나 자기 마음속에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들이 자유로운 인생을 사는 데 방해가 된다. 연옥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감각에 더욱 집착한다. 무상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 세상 모든 고통은 스스로 만든 것이다.
“늙는 게 싫어.” “그와 관계는 끝났어. 너무 비참해.”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니 믿어지지 않아.” 이 세상이 결국 무상하다는 것을 알면 고통에서 헤어 나올 수 있지만 모르면 집착하게 된다. 그 결과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계속 고통을 만들어가면서 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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