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August 19, 2012

8 문 덕산 큰스님의 발우

8 문 덕산 큰스님의 발우

어느 날 덕산 큰스님이 발우를 옆에 들고 내려와 식당으로 가다가 설봉 스님과 마주쳤다.
설봉 스님이 덕산 큰스님에게 "아니, 스님, 종도 울리지 않고 북도 안 쳤는데 발우를 들고 어디로 가세요?" 라고 여쭈자 덕산 큰스님이 이 말을 듣고 되돌아 방장으로 가셨다 (방장이란 노스님이 거처하는 자그마한 방이다).
설봉 스님은 이 일을 선방 입승스님(head monk)이자 덕산 큰스님의 애 제자인 암두 스님에게 전했다.


그러자 암두는 "그 대단하신 덕산 큰 스님도 아직 마지막 한 마디 말[末後句]을 터득하지 못하셨구만" 했다.
덕산 스님이 이 암두 스님의 말을 전해듣고 화난 목소리로 불러 세웠다.
"자네는 이 노승을 믿지 않느냐?(汝不背老僧那)"
그러자 암두 스님이 덕산 큰스님 귀에 대고 무언가 소곤소곤했다.


그러자 덕산 큰스님은 머리를 끄덕끄덕 하시더니 성난 것이 가라앉은 표정으로 돌아가셨다.
다음날 법당에 오른 덕산 큰스님은 평소와 달랐다.
이를 본 암두 스님이 앞자리에서 손뼉을 치고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기쁘다, 우리 노스님께서 선의 마지막 경지를 다 터득하셨다. 이제 천하의 누구도 그를 어쩌지 못하리라."

질문
1. 어떤 것이 덕산 큰스님의 마지막 한마디[末後句]인가?
2. 암두 스님은 덕산 큰스님의 귀에 대고 무엇이라고 소곤소곤하였는가?
3. 덕산 큰스님이 예전과 다르게 법문했다 하니 어떻게 한 것인가?
4. "아직 종도 안 울리고 법고도 안 울렸는데 발우를 옆에들고 어디로 가십니까?"라는
설봉 스님의 질문을 여러분이 받는다면 무엇이라고 답할 것인가?

이것은 아주 중요하고 어려운 공안이다. 하지만 맑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어렵지 않다.
이 공안은 어떻게 우리가 올바른 상황, 올바른 관계, 올바른 실천을 하는지에 대해 가르쳐준다.


덕산 큰스님이 아직 깨닫지 못했다는 '마지막 구절' 이란 올바른 상황, 관계, 실천에서 온 말아디.
첫 번째 질문은 이것에 대해서 묻는 것이다. 아직 저녁 공양시간 전이라서 종도 울리지 않고 법고도 울리지 않았는데, 덕산 큰스님이 발우를 들고 선방을 나선다. 설봉 스님이 그것을 보고 여쭙자 큰스님은 다시 아무 말 없이 당신의 방으로 돌아간다.설봉 스님이 이것을 암두 스님께 말했더니 암두 스님이 말하기를 "우리 위대한 스승도 마지막 구절을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말은 곧 "우리 스승이 올바른 상황, 올바른 관계, 올바른 실천에 대해 이해를 못한 모양"이라는 말과 같다.
공양 시간도 아닌데 밥그릇을 들고 나가니까 말이다.
암두 스님은 설봉 스님의 말을 전해듣고 스승에 대해 이렇게 소문을 낸 모양이다.
"아마 큰스님께서 마지막 구절을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다. "


덕산 큰스님은 이 말을 듣고 아주 화가가 났을 것이다.
감히 제자가 그런 소리를 하다니, 덕산 큰스님은 암두 스님을 그의 방으로 부른다.
"너는 왜 나를 두고 나쁜 말을 하고 돌아다니느냐. 너는 나를 인정하지 않는구나."
그때 암두 스님이 덕산 큰스님의 귀에 뭐라고 속삭이자 큰 스님의 기분이 풀렸다.


다음날, 큰스님이 연단으로 올라가 법문을 한다. 그는 전과달리 아주 훌륭한 법문을 했다.
암두 스님은 손벽을 치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야 우리 큰스님이 궁극적 진리에 이르렀다. 지금부터 아무도 그를 어쩌지 못할 것이야."
종도 울리지 않았는데 발우를 들고 어디로 가느냐고 제자가 물었으나
큰스님은 한마디 설명도 없이 방으로 되돌아간다.


이때 큰스님이 입을 열어 뭔가 합리적인 설명을 했다면
암두 스님은 큰스님에 대한 나쁜 소문을 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큰스님은 화를 내지 않았을 것이고 암두 스님이 나중에 큰스님 귀에 속삭일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때 그 순간 설봉 스님이 제대로 얘기만 했어도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네 번째 질문의 핵심은 덕산 큰스님이 어떻게 그의 실수를 교정해야 하는가이다.
실수를 하는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
어떻게 그것을 바로잡는가, 그것이 문제다. 이와 관련한 오랜 일화가 있다.


수 년전 어느 날 밤 고봉 스님이 술에 잔뜩 취해 새벽녘에야 들어왔다.
그때 다른 스님들은 이미 다 깨어서 아침염불 중이었다.
그러나 고봉스님은 자기방으로 들어가더니 자신의 스승인 만공 큰스님에게 큰 소리로 갖은 욕을 다해댔다.
"만공은 가짜다, 그놈의 가르침은 사기다."


이 소리를 들은 스님들이 깜짝 놀랐다.
만공스님은 그 당시 한국에서 가장 위대하고 훌륭한 스님으로 존경받고 있었다.
고봉 스님이 만공 스님에 대해 갖은 욕설을 퍼붓고 있을 때, 만공 큰스님은 마침 법당으로 가는 중이었다.
모든 스님들이 뛰어나와 숨을 죽이고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큰스님은 고봉 스님의 방문을 열어제쳤다.


"고봉아, 너는 왜 내 욕을 하고 다니느냐?"
그때 고봉 스님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고봉 스님은 일말의 주저도 없이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큰스님, 나는 큰스님을 욕한 적이 없읍니다."
"아니 무엇이라고? 방금까지 내 욕을 하고 있었던 것을 여기 있는 다른 사람들도 다 들었다.
이제 거짓말까지 하는구나."


"나는 스님 욕을 한 것이 아니라 바보같은 '만공'이라는 스님에 대해 욕을하고 있었읍니다."
고봉스님은 만공이라는 이름역시 누군가 지어준 이름이므로 앞에서 있는 만공 큰스님과
그의 본성 자체를 구별지어 대답한 것이다.그러자 만공 큰스님이 이렇게 물으셨다.


"만공과 내가 같으냐, 틀리냐?"
고봉 스님은 "할" 하고 소리쳤다. 만공 큰스님은 호탕하게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네가 술을 너무 많이 먹었구나. 이제 그만 자거라."
그렇다 실수를 했는지, 않했는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실수를 한다.
덕산과 같은 큰스님도 실수를 한다.
중요한것은 그것을 어떻게 고치느냐이다.


고봉 스님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순간순간 맑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실수는 실수가 아니다. 그것은 여전히 우리를 가르친다.
왜냐하면 그는 즉각적으로 어떤 맑은 목적으로 되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덕산 큰스님이 실수를 해서 그의 실수를 바로잡지 않고 그의 방으로 돌아간다면 절은 온통 난리가 날 것이다.
그의 눈, 귀, 코, 혀, 몸, 마음은 실수를 했다. 그것을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그것이 네번째 질문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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