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uly 8, 2012

'산 너머 산'의 나라

'산 너머 산'의 나라
특별기고 피터 M 벡 아시아재단 한국대표

내가 한국에서 가장 사랑하는것 중 하나가 산이다. 마치 한국 여성처럼, 세상에서 높진 않지만 그 아름다움 비교대상이 없다. 그래서 한국어 표현 중 가장 좋아하는 말이 '산 너머 산' 이다.

우선 서울에서 시작해보자. 난 등산 친구들과 종종 어떤 산이 가장 좋은지 논쟁을 벌린다. 하지만 전세계어디에도 서울만큼 갈만한 산이 많은, 축복받은 대도시는 없다는 데 이견이 없다. 북쪽 도봉산에서 남쪽 관악산까지, 어느 동네나 15분 거리 안에 오를 만한 좋은 산이 있다.

난 인왕산 밑에 산다. 나처럼 다리가 '롱다리' 는 우리 집 문에서 성곽을 따라 정상까지 1.5km를 30분 이면 갈 수 있다. 다른 한국 산처럼 거리는 짧지만 가파르기 때문에 아침 운동으로 최고이고, 전망도 좋다. 주말엔 이 코스에 청와대 뒤 북악산을 추가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스승인 고 이영희 한양대 교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북한산을 소개해준 분이다. 도시에서 20분이면 갈 수 있는데, 봉우리가 10여개인 데다가 볼 사찰도 많다. 정상에서 서울을 등지고 서보면 끝없이 이어진 산봉우리들 한가운데 있는 기분이 들 것이다. 등산욕심이 별로없는 사람을 위해선 산책길과 건강공원이 마련돼 있다.

등산은 우정을 다지기 좋은 활동이다. 또 아직은 고물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기에도 좋다. 지난 주말, 제일 친하고 오래 사귄 친구 두명과 오대산 월정사에서 템풀스테이를 했다. 스님들은 친절했고 음식과 시설은 환상적이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다른 사찰과 암자를 둘러보고 비로봉에 올랐다.

지난달 출장 중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의 산 두 곳을 오를 시간을 겨우 만들어낼 수 있었다. 한라산 정상에서 사방이 물인 광경을 보는것은 그 어떤 경험과도 비교할 수 없다. 만약 정상까지 7~8km 등반하는 게 싫으면 20여곳의 갈림길이 있는 제주도 둘레길을 걸어봐도 좋을 것 같다.

한국에서 가장 사랑하는 것은 높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산들!
전 세계 어디에도 한국만큼 산의 축복을 받은 나라는 없어"

울릉도 성인봉은 높이 984m로 한라산 높이의 반을 약간 넘는다. 그럼에도 아주 인상적이다. 독도까지 5시간 여행을 하면서 느낀 운동부족을 푸는데 제격이었다. 울릉도항에서 독도박물관쪽 길을 따라 오른 후 골짜기의 반대편으로 내려가면 된다. 이쪽에선 유명한 울릉도 쇠고기(약소)와 약초, 집에서 담근 고구만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

북한 지도자들이 호전적인 행동을 그만하고 개혁을 받아들여 남북화해가 시작된다면 한반도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산 두곳을 다시 가 볼 수 있을 것이다. 묘향산은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금강산과 백두산은 내가 오른 그 어떤 산과도 달랐다. 밥을 먹고 보라는 속담(금강산도 식후경)을 믿었던 것은 아니지만, 금강산의 만물상은 정말 독특했다. 셀 수 없이 많은 형상을 바위틈에서 찾아낼 수 있었고, 이는 인근노상 온천에서 쉬면서 하기에 딱 좋은 일이었다.

외국인 입장에서 백두산은 별로 기대가 크지 안은 산이었다. 하지만 활동을 멈춘 화산의 거대한 호수는 한라산 백록담과 미국 오리건주 크레이터 호수를 합친 것보다 커 보였다. 중국 쪽에서도 백두산에 오를 수 있다. 만약 오른다면, 천지 테두리까지 걸어가라고 충고하고 싶다. 내 경우 중국 총알 택시를 타고 가다가 내 인생이 눈앞에서 지나가는 경험을 했다. 그래서 기사에게 걸어서 사겠다고 말하고 내려 버렸다.

앞으로는 칠보산에 정말로 일곱가지 보물이 있는지도 꼭 보고 싶다. 요즘은 지리산에 오를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20여 년 전 임권택감독의 영화 '태백산맥'을 보고 이 산과 사랑에 빠졌다. 한국에 8년을 살았는데도 아직 올라야할 산이무수히 많다. 이직 명산 순례를 시도해 보지 않은 당신이 산에 오르지 않을 핑게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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