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December 18, 2011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殺佛殺祖 거침없는 선승

조계종 13대 종정 추대 진제 스님
불교 조계종 13대 宗正으로 14일 추대된 眞際스님은 한국 불교의 대표적인 선승禪僧으로 꼽힌다. 이번에 함께 종정 물망에 올랐던 송담松潭 스님과 진체스님을 묶어, 중국 당나라 때 두 고승인 ‘南 설봉, 北 조주’에 빗대 ‘남 진체, 북 송담’이라고 부르는 말이 생겼을 정도였다.
스님을 여러 차례 친견親見해 진면목을 잘아는 이들은 스님이 “언제 어디서난 법문法門, 설법을 호호탕탕하게 잘 하시는 분”이라고 증언한다. ‘살불살조殺佛殺祖,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큰 스님을 만나면 큰 스님을 죽여라’. 즉 공부에 자신이 있다면 수행기간이 짧은 젊은 소행 자라도 큰 스님에게 맞설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스님은 자칫 살벌한 법거량法擧揚ㆍ공부의 깊이를 재보는 일, 전통이 살아있는 선불교에서 어느 누구와도 자신있게, 또 거침없이 맞상대를 해왔다.
어떤 도전에도도 대처할 수 있을 만큼 수행력을 갖춘 분이라는 얘기다.
특히 스님은 수행자나 일반 신자, 타 종교지도자와의 법거량 때 잠시 망설임도 없이 즉시 대답하는 그야말로 전광석화 같은 대응으로도 이름높다. 공부의 깊이가 깊고 사유의 폭이 넓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스님의 이런면모는 젊은시절 남다르게 치열했던 정진 때문이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1934년 경남 남해에서 태어난 스님은 열아홉 살 때인 53년 石友선사를 은사로 해인사에서 출가했다. 석우선사를 존경하는 오촌 당숙을 따라 뵈러갔다가 선사로부터 “이세상에 사는 것도 좋지만 今生에 사바세계에 안 나온 것으로 하고 중 놀이를 해보지 않겠는가”라고 권유를 받은 게 계기가 됐다. 곧바로 부모의 허락을 받고 출가했다.
스님의 공부가 깊어지기 시작한 건 67년 당대 선지식善知識ㆍ깨달음을 얻은 고승,으로 이름높던 향곡香谷스님을 만나면서부터다. 석 달 동안 섭취한 과일이라곤 사과 한 개 반 뿐이었을 정도로 궁핍한 가운데 치열하게 공부했다. 그러면서 향곡스님이 내려준 화두를 끈질기게 붙들고 늘어졌다.
두 화두는 ‘높은 나무 가지를 입으로 물고 매달려 있을 때 누가 달마가 서쪽에서 온 뜻이 무었이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답해야 하는지를 묻는 ‘향엄상수화香嚴上樹話’,열반직전의 마조馬祖선사에게 아침문안 인사를 드리자 답으로 돌아온 ‘ 일면불日面佛 월면불月面佛’이다. 스님은 두 화두를 각각 2년, 5년 씨름한 끝에 뚫어내고 깨달음을 얻었다. 때문에 스님은 선불교를 중흥한 경허鏡虛스님으로부터 시작해 혜월慧月-운봉雲峰-향곡香谷스님으로 이어지는 영남지역의 법맥法脈을 잇는 선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스님은 불교의 대중화ㆍ세계화에도 앞장서 왔다. 지난 9월 뉴욕 맨해튼 리버사이드 교회를 찾아 진리를 찾는 문제에 관한 종교 간 구별이 없음을 강조했다. 2002년에는 중국과 일본의 선종을 초청해 자신의 조실祖室ㆍ사찰의 최고어른,ㆍ로 있는 해운정사에서 국제무차선대회를 열었다. 한ㆍ중ㆍ일 세나라의 스님은 물론 대회에 참석한 일반 불자들과 법거량을 벌였다. 스님은 현재 대구 팔공산 동화사 금당선원 조실, 조계종 기본선원 조실 등을 맡고있다. 종정임기 시작일은 현 법전法典 종정의 임기가 끝나는 다음 날인 내년 3월 25일이다.신준봉 기자
ㆍ종정 추대 수락 말씀
원로 대종사님들 께서 부덕한 산승山僧을 종정에 추대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산승은 앞으로 우리 종단의 화합과 수행修行을 위해 이사理事방면에 원로스님들의 고견을 받을 것이며, 동양 정신문화의 정수인 간화선看話禪을 널리 진작하는데 노력하겠읍니다.
ㆍ진체스님의 수락 법어法語
대지여우인막측 大智如愚人莫測 큰 지혜를 가진이는 어리석어 보임이나, 사람들이 헤아리지 못함이요
수래방거역비구 收來放去亦非拘 진리의 廛ㆍ가게,을 거두고 놓는 데 또한 걸림이 없음이로다.

종정宗正=조계종 최고의 정신적 지도자이자 불법佛法의 상징이다. 때문에 성철 스님을 비롯해 효봉 청담 스님등 최고의 선승禪僧들이 추대돼 왔다. 종단 행정에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실권은 없다. 하지만 ‘부처님 오신날’ 등 종단의 주요 행사와 안거를 맞아 법어法語를 내리고, 종단의 모든 스님들에게 계戒를 수여하는 전계대화상傳戒大和尙위촉권, 스님들에 대한 포상, 사면 등의 권한을 갖는다. 임기는 5년,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종단의 행정권은 총무원장이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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