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December 12, 2011

5 옛날 옛날 한옛날에

가의 여인

법좌에 올라 이르시되

오늘 단비가 부슬부슬내리니 모든일이 마땅하여 모심기도 끝내고 채소도 풍성하게 자라니, 아난이 합장하고, 가섭이 눈섭을 날리는 시절이라 곧 영산희상이로다.

다시 일반 기특한 일이있다 하시며 선상禪床 한번 치시다.

부처님이 영산회상에서 삼처전심三處傳心 하셨는데, 그 가운데서 꽃 한송이를 들어보이신 것, 하나만 알면 이것이 곧 구족다문具足多聞 것이다.

이 법은 입을열어 말과 글로 하는것이 아니라, 종사가 법상에 오르기전에 법이 다 되었고 청중이 자리에 앉기전에 법이 다 되었다.

이것이 곧 구족다문이다 여기서 살펴보아야 선가禪家 진진한 묘미妙味 맛볼수 있는 것이다.

부처님의 진리법은 참으로 만나기 어렵고 듣기가 어려운 것인데 한 번 들으면 마치 천년 만년이나 어두운 방에 등불을 밝힌 것과 같고 천년 만년이나 더렵혀진 못에 수청주水淸珠 넣은 것과 같다. 이 수청주라는 구슬은 아무리 더러운 못에라도 넣으면 물이 맑아지는 보배구슬이다.그래서 今生 오만가지 망상번민과 모든 죄업이 이 법문만 들으면 다 없어진다.

이 대승법문大乘法門 모르고, 듣더라도 한 번들어서 여러분들의 여래장如來藏에다 넣어놓으면, 여러분이 나중에 이승을 떠나서 나쁜갈레를 헤메더라도 이 진리 법문이 여러분들을 밝은길로 인도한다. 곧 이 진리 법문이 영혼의 길잡이다.

일상생활에 애로와 난관이 있으면 용기를 내어야 한다.

물도 흘러가다가 바위에 부딪치거나 돌에 부딪치면, 소리를 내며 허공을 치솟아 흘러가고 또 깊은 구덩이를 만나면 많이 모여서 내려간다.

물도 흘러기다가 애로가 있으면 그렇게 용기를 내는데, 하물며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는 진로에 애로가 있고 난관이 있을 때, 그것을 타개할 용기가 없어서야 되겠는가, 용기를 내야한다.「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면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다.」하는 용기를……

이 부처님 법문은 짐승이나 허공을 나는 새나 미물들이 들어도 속이 시원해지고 해탈을 얻게 되는데, 왜 그런가 하면 중생들의 말은 망상속에서 나와 모두 때와 더러운 염착이 있지만는, 부처님은 탐진치貪嗔痴 삼독三毒 팖만사천 진로塵勞 다 벗어진 거기서 나오는 말이기 때문에, 짐승이나 새가듣고는 무슨소린지 몰라도 듣기만 들으면 속이 시원해 지는 것이다.

이자리는 본래 고요한 자리건마는 자기스스로 잘못해서 구정물 일으키듯 흔들어 놓은 것이다. 본래 고요한 자리를…….

지그히 고요하면 편안하고 아늑한 경지가 들어오는데 몸과 마음이 함께 편안해 진다.

복잡하고 번민스럽던 마음이 맑아져서, 그 마음이 맑아지면 밝아지고 밝아지면 통한다. 진리를 통하는 것이다.

바기오니 모심기를 모두 마쳤는데, 볍씨를 모판에 뿌리면 거기서 움이트느데 볍씨의 귀에서 터진다.

나락이 안 썩으면 움이 안 터진다. 움이 터져 벼가자라서 가을에 나락을 거둘 때에는 한줄기에 적어도 이백 오십낱이나 붙는다. 한 알의 나락이 썩어서…….

촛불도 제몸이 타지않으면 광명光明 나지 않는다.

향도 제몸을 사루어야 향기가 난다.

자기가 가정을 위하고 사회를 위하고 국가를 위하고 세계를 위하자면, 자기의 몸이 나락 썩듯이 헌신적인 정신으로 수고受苦 아끼지 말아야 화평의 미덕美德 얻을 수 있다.

나락이 썩고 향이나 초가 제몸을 태우며 빛을 내듯이…….

진일심춘불견춘 盡日尋春不見春 봄을 찾으러 아무리 다녀도 헛탕만 치고

망혜편답농두운 芒鞋遍踏壟頭雲 공연히 집신신고 이산저산 헤매였네

귀래소연매화취 歸來笑撚梅花臭 집에 돌아와 웃으며 매화가지 휘어잡아 향기맡으며

춘재지두기십분 春在枝頭己十分 가지마다 몸은 이미 무르녹았네

봄을 찾으려고 자꾸 다녀도 봄을 못 보았는데 집에돌아와 앞뜰에 매화가지를 웃으며 휘어잡아 꽃향기를 맡아보니 봄이 거기에 꽉 서려 있다는 말인데, 이 자리 소소령령昭昭靈靈하여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이 자리는 멀리있는 것이 아니다. 자기를 조금도 여의지 않고 곧 자기에게 있건마는 흡사 천리만리나 멀어지고 어두어진 것 같이 됐다.

예전에 기파耆婆 의학을 십년간이나 배웠다.

십년을 배운 뒤에는 「얼마나 더 배워야 의사가 되는가.」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그래서 자기 스승에게

「제가 십년동안이나 의학을 배웠는데 얼마나 더 배워야 의사가 되겠읍니까 ?

선생의 말이

「그래, 그럼 네가 어디든지가서 약초藥草 아닌 풀을 뜯어 오너라.

기바가 산을로 들로헤매며 약초아닌 풀을 찾아다였으나 약초아닌 풀은 하나도 없고 모두 다 약초였다.

이 풀은 어느병에 해당되고 저 풀은 어떤병에 잘 듣겠다는 것이 마치 거울속에 자기모습보듯이 환히 알겠다.

이 산 저산으로 다녀봐야 도저히 약초아닌 풀을 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돌아와 스승에게

「제가 사흘동안이나 온 사천을 다 헤매며 찾아 모았지만, 약초 아닌풀은 발견할 수가 없었읍니다.

「그래,, 그만하면 훌륭한 의사 노릇할 자격이 있구나, 이제 가거라.

여러분들이 이 도리를 참구參究하는데 천 칠백 가지 화두話頭 가운데 하나를 들고 참구한다.

공부하는데 화두가 금방 거기있던 것이 어디로 갔는지, 문을 닫아 놓았는데 산으로 들로 다녀오고 그렇지 않으면 자나간 일 현재 일 미래일이 죽 끓듯이 끓고, 라고 하는 것은 무엇인지도 모르고, 이렇지마는 이 자리를 바로 알면 온갖것이 도 아님이 없다.

우리의 日常生活, 밥 먹고 옷 입고 하는 온갖것이 도 아님이 없다. 정신을 한곳으로 모아서 무사무념無思無念, 그 무아無我 경지에 들어가야 한다.

예전에 古人 기연奇緣 하나 이야기하려 한다.

소산疎山 광인선사光人禪師라는 분이 있었는데, 누가 불법佛法 물으면 나무로 깎은 뱀을 들어 보이고는

「이것이 조가曺家 여인이니라.」한다.

누가 언제 어디서 불법을 어떻게 물어도 늘 나무뱀을 들어 보이곤 하였는데, 이것이 法門 것이다.

거기에는 어떠한 사유가 서려있는가 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조씨라는 사람이 배를타고 바다를 항해하다가, 어떻게 잘못하여 그곳 바닷물에 빠져 죽었다. 동행하여 가던 사람이 조씨의 부인에게 가서 「당신 남편이 물에 빠져 죽었다.」고 슬픈 소식을 전하여 주니 그 부인이 애통해 하며 자기 남편이 빠진 곳에까지 데려다 달라고 한다. 그래서 함께 배를타고 남편이 빠진곳에 오니, 그 여인이 바다에 뛰어들자 이내 흔적없이 가라앉았다.

사흘이 지난 뒤 바닷가에 조가의 여인이 죽은 자기 남편을 껴안고 파도에 떠밀려 왔다.

그 망망 대해에 어디가서 죽은 남편을 껴안고 나왔는지, 참으로 불가사의不可思議 노릇이다.소산스님이 공연히 나무뱀을 들고 「이것이 조가의 여인이다.」한 것이 아니라 조가의 아낙이 바다에 뛰어들어 자기 남편의 송장을 껴안고 바닷가에 떠밀린 그것을 말한 것이다.

송장이 가서 송장을 찾아안고 떠밀린 뜻은 거기에 있다.

소산스님이 그렇게 늘 설법을 하였는데, 그 뒤에 자수선사慈受禪師라는 분이 여기에 착어着語 달았다.

별면불여화유소 別面不如花有笑 헤어지는 모습은 꽃이웃는 것만 같지 못하고

리정리사죽무심 離情離似竹無心 이별의 정은 무심한 대나무와 같을 수 없어라

인인설착조가녀 因人設着曺家女 사람들에게 공연히 조가의 여인을 말해서

인득상사병전심 引得想思病轉深 서로 생각하여 병만 점점 깊게 하는구나

소산스님의 나무뱀 이야기에 대하여 한 방망이 준 것인데, 어디에 방망이를 준 곳인가 ? 그것을 살필줄 알아야 한다.

또 구봉圭峰 종밀선사宗密禪師 출가하기 전에 제자백가諸子百家 두루통한 문장 이었다. 환복宦福 없어서 그런지 다른사람들은 과거에 붙어서 벼슬을 하는데 초시初試 한 번도 붙어보지 못하고 낙방落榜 하였다.

이번에도 과거보러 갔다가 낙방을하고 돌아오는 길에 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스님을 만났다. 그 스님은 신도집에 경을 읽어주러 가는 길이었다.

「벼슬을 하려고 과거보러 갔다오는 길이데 나이는 자꾸 먹어가고 아직까지 벼슬할 복이 못되는지 초시 한 번도 못하였다.」고 하자 그 스님이

「그까짓 세상처명世上虛名 무엇하러 구하려는가 ? 우리 경 읽는데나 함께 가게나」해서 함께 동행同行하였다.

앞에는 스님네들이 경을 읽고 규봉스님에게는 원각경圓覺經 주어 뒤에서 보게 하였다. 규봉스님이 그 경을 읽어보니

「세상에 이러한 도의 도의眞理 있었건만 내가 이제 만나게 된 것이 너무 늦지 않은가 ?」이렇게 발심發心 하였다.

그 스님네들에게 수행修行하는 법문을 묻고 부지런히 수행을 하였는데, 집에서 아무리 열심히 하여도 전문적으로 할 수가 없고 지장이 많아서 출가 하기로 작정하였다.

入山하며 읊은 入山頌 다음과 같다.

투탕소지빙 投湯消池氷 물을 끓여서 못에 얼음을 녹이려고 부으니

빙견탕역응 氷堅湯亦凝 얼음이 녹는 듯하더니 끓는 물조차 다시언다

장빙투부리 將氷投釜裡 얼음을 가마솥에 집어 넣으니

침개합자연針芥合自然 비로서 바늘끝에 겨자씨가 자연히 서로 꿰이듯 하네

바늘 끝에 겨자씨가 꿰인다는 말은, 수미산須彌山에서 염부제閻浮提에 바늘을 세우고 겨자씨를 던져서 맞춘다는 말이데 참으로 불가능한 일이 이루어지는 것을 맗한다. 공부도 여럿이 모여서하니 자연히 잘된다는 말이다.

상 태제 太宰라는이가 공자孔子에게 물었다.

「선생님은 성인聖人이십니까?

「나는 널리 알고 두루 기억할 뿐이지 성인은 아니다.

「그러면 삼왕 (하의 , 은의 , 주의 )이 성인이십니까?

「삼왕은 지혜와 용기를 잘 썼을 뿐이지, 성인인지 아닌지는 내가 알 바 아니다.

「오제 (복희伏羲, 신농神農, 황제黃帝, 요왕堯王, 순왕舜王) 가 성인 입니까?

「오제는 어질고 로움을 잘 썼을 뿐이지, 성인인지 아닌지는 내가 알 바가 이니다.

「삼황 三皇 (천황씨天皇氏, 지황씨地皇氏, 인황씨人皇氏)이 성인 입니까 ?

「삼황은 때를 맞추어 정치를 잘한 사람들이지, 성인은 나의 알 바가 아니다.

이 말을 듣고 태재가 크게 놀랬다.

「이런 사람들이 성인이 아니라면 그러면 어떠한 사람이 성인입니까 ?

공자님이 얼굴을 움직여 잠깐 있다가 말하기를

「내가 들으니 西方에 큰 성인이 있는데 다스리지 않아도 어지럽지 않고 말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믿고 교화를 하지않아도 스스로 행하니, 탕탕무애蕩蕩無碍하며 사람이 능히 무어라 이름할 수 없다.

이 말을 의거할 것 같으면, 공자님도 부처님을 큰 성인인줄 능히 안 것같다.

나의 이런 말들에 낙처落處를 알아야 한다.

반야 바라밀이 반야 바라밀이 아니라 이 이름이 반야 바라밀이요, 금일 설법이 설법이 아니라 이 이름이 설법이니라.

이 가운데 기특한 일이 하나 있으니 잘 들을 지어다 하고 큰 소리로

할 일할 하고 법좌에서 내려오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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