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October 20, 2009

양들의 침묵 (화가 박혜숙 님의 글입니다)

니는 이름이 화가지 하는일은 하루 종일 큰 그림을 옮기고 칠하고 사다리에
올라갔다 내려홨다 하는 육체 노동이다.
뒷마당에서그림을 그리는데 여름엔 너무 더워 태양을 피해서 그리고 겨울엔
비가오니 그림을 비닐로 싸놓고 그린다.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아 도움이 필요한데 내가 가장 행복한 날은
여유가 생겨 최소한의 비용으로나마 거리의 노동자를 쓸 수 있는 날이다.
다행히 내가 사는 선랜드의 풋힐 거리에 그들이 서있어서 한달에 한번쯤은
같이 일하는 데 같은 사람을 쓰고 싶어 전화번호를 받아와도 소용이없다.
전화가 자주 끊겨 연락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거리에 가보면 여전히 서있어서 "왜연락이 안 돼느냐"고 물으면 "노 머니"
라고 말한다. 그들은 LA의 알바라도 거리근처에서 온다고 하는데 왜 버스를
한 시간이나 타고 풋힐로 오는 지 궁금하다.
요즘은 불경기라 일자리가 없는 듯 두명이 필요한 데 10명이 몰려화서 차에
매달리는 데 절망적인 몸싸움이 처절하다.
친구는 은행 융자가 안되어 돈을 빌리러 다니는 남편과 아들의 얘기를
들려주며 요즘은 총만 안 들었지 전쟁상태라고 일러준다.
그들은 함께 일할 때 무척 부드럽고 친절한 데, 자동차 창밖을 내다보는 눈빛을
바라보면 저 불확실한 미래, 절대의 하무를 바라보는 듯한,깊고도 슬픈, 거의
무심한 눈빛이 체념과 젊음의 회망으로 어우러져 깊고도 허망한 응시의
눈빛이다.
그 거리는 한 시대의 가장 정치적인, 인간의 문제가 드러나는장소이다.
떠나온가족, 가난, 불법체류, 회망없는 회망 ... 20대의 명랑하고 싱그러운
청춘도있고 벌써 늙어버린 40대도있다.
그들을 바라보며 지날때 마다 수 많은 생각을 하곤한다.
적어도 지붕이 있는 곳에 서 있게 할 수는 없을까. 겨울비에도 폭염에도
대책없이 서있는 그들을 바라보며 정치권력과 국경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기도 한다. 그들은 가시적인상징으로 거리에 서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영주권없이 많은 불이익을 당하며 생계를 이어가거나 생계를
이어갈길없이, 이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의 침묵이 있다.
의문한다는 것, 꼭 이렇게 살아가는 방식밖에 없는 가라는 의문조차
사치가 되어 그냥 묵묵히받아드리고 일하고 또 살아나가는 고단한
이들의 삶은 수많은 의문이 침묵이 되어
거대한 억압의 구조를 허용하고 있다.
"Imagine there's noo country(나라가없다고 생각해봐)"...
존 레논의 'Imagine(이메진)'이라는 노래의 가사는 적어도 상상이라도
해보라고 권유한다.
더 나은 세계에 대한 상상은 때로 한 시대 대중의 사고의 흐름을 바꿀
수도 있다.당연하게 생각되는 국경이라는 벽이 언젠가 무너저 버릴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의 차에 매달아 놓은 오바마의 초상 배지를 보며 과테말라의 소년은
웃는다. 오바마가 당선되어도, 그 누가 당선 되어도 권력의 보호에서
밀려나 있는 어느 어머니의 소중한 아들들, 신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한 아들들...국경없는 동등한 사회는 언젠가 올 것이다.
너떻게? 인류의 고통 때문에 번민하며 행동하는 인간들이,
양들의 침뭇 속의 항의를 듣는 인간들이 언제나 인간의 역사에 있어
왔다. 적어도 어느 지붕 아래 서서 그들이 합법적으로 고용될 수 있는,
그토록 근본적이고 작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그리고 나는 화가에 불과 하다는 사실에 참담한 침묵과 소외감을느낀다.
나는 다만 기도하고 그림그리는 삶을 살다가 죽겠지만 주여,
그들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그들을 사랑하고 지켜주고,
그들 속의 주체적 자유와 인간됨의 천부적 권리를 현실의 정치제도
속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주여, 인간의 가능성을 깨쳐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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