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October 14, 2009

이 아침의 시 (박선회 '그늘' 전문)

그늘에서 말려야 하는 섯이 있다.
종이 한 장에서 오동나무 잎사귀까지
그늘에서 말려야 팽팽한 맛이 난다

온 생이 뒤틀리지 않으려면 먼저
바람드는 그늘에 들어가야 한다.
버려진 그늘 몇 자락이 생을 담금질 한다

소리에도 그늘이있다
소리도 너무 맑으면 처량하다
소리에도 그늘 들어야 맛이난다
그 소리의 맛
노을 처럼 둥굴게 번져
마음의 결마다 프르게 젖어든다

뒤틀리지 않으려고 나또한 그늘에 누웠다
삶의 등골이 시리기도 했다
나를 말리는 동안 먼저
피가마르고 목이 말랐다
끝내 마르지 않는 그 무엇도 있었다

그늘에서 나가는날, 내 몸에서
- 팽!
미른 소리 날 거다

햇빛만큼 좋은 것도 그늘이었다

창에 그늘이 없으면 그 소리는 죽은 소리라는 말이있다.
소리꾼 가슴에 슬픔이 없이는
소리의 파장을 제대로 일으키지 못한다는 뜻이다.
인생에 있어서도 팽팽 하게 그늘을 잡아주는 것은 그늘이다
내면의 적당한 아품이나 슬픔을 품고있어야 한다
는 뜻. 대부분의 사람들은 밝고 화려한 것을 선호하지만,
무작정 햇빛 속으로 뛰처나갔다가는
낭패당하기 십상이라는 것을 엄두에 두어야한다.
한혜영시인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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