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October 9, 2009

이 아침의 시

남유정 '여을'전문

설악을 잘 안다는 사람에게
설악이 가장 아름다운 때가 언제나고 뭇자
몸을 볼리던 폭포 소리가 수척해지고
아파리 가장자리가 고요히 붉어지는
여울이라고 했지요.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사이
여을
가만 더듬어 보니
골짜기가 서늘히 깊어지는 때도
여을
산사나무 열내사 몰래 붉어지고
당신에게 가는 길 모퉁이
여뀌풀숲에서 풀벌레가 우는 때도
여을

눈매 가득 강물 소리를 담아 나르는
새들의 날갯짓이 분주한 아침
등 뒤에서 불어온 바람이
억개를 켜고 지나 한바탕 허공의 현을 울리는

아, 여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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