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October 16, 2009

면역력 없는 '무균사회'

김용민 연세대 독문과 교수 삶과 문화 기고문입니다.
독일 통일과정을 공부하면서 '모두가 함께 잘사는 사회' 라는 아름다운
이상을 내세운 동독이왜 허무하게 무너지고 곧바로 서독에 흡수되고
말았는가를 줄곧 천착했다.
내가 찾아낸 답은 동독은 다른 목소리를 허용하지 않는 순수한 사회 즉,
면역계가 극히 마약한 세계였기에 외부에서 바이러스가 침입하자 그만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는 분석이다.
동독이 면역력이 약한 무균상태가 된 것은 사회주의에 대한맹신과
정치 지도자들의 오만 때문이었다. 독일땅에 최초로 노동자 농민의
나라를 세웠다는 긍지나 무두가 잘사는 사회준의를 건설한다는
사명감에 불탔던 위정자들은 동독의 현실이나 사회주의 문제를
비판하는 이들을 불평불만자이거나 사회주의를 부정하는
배신자로 여겼다.그래서 그들을 감옥에 가두거나 서독으로 추방하였다.
동독 지식인들은 좀 더나은 사회주의를 실현해 보자는 충정에서
동독 사회를 비판하였다.그러나 위정자들음 자싱들에 대한 도전,
더나아가 사회주의에 대한 부정으로 해석해였다.
사회주의는 절대적이고 그것에 대한 비판은 악이라는 논리가 바탕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주의 현실을 비판하는 이들은 자동적으로 자본주의를
찬양하는 배신자가 되였다.
이러한 생각이 만연한 사회에서는 오로지 하나의 기준만이 통용된다.
그사회의 이데오로기에 부합하는가 아닌가에 선과 악을 나누는
유일한 기준이 된다.
이데오로기가 당위성을 지나면 지날 수록 그를 따르지 않는 생각과
사람을 배재하는 정도가 심해진다. 나는 바로 여기에서 동독체재가
몰락하기에 이른 싹이 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한 사회가 하나의 가치기준을 내세우며 그것과 다른 것들을 이단으로
취급할 때, 그 사회는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조용하고 순수해 보이지만
외부의 자그마한 압력에도 쉽게 넘어져버리는 하약한 체질이 된다.
동독의 경우 절대적인 사회주의와 다른 그어떤 것도 말할 수 없었다.
동독 현실에 비판적 태도를 보인 지식인과 작가를 서독으로 추방하면서
위정자들은 "건강한 동독민중의 신체에서 병든 팔다리를 고통없이
절단함으로써 다시 건강해졌다"고 설명하였다.
그 결과 동독 사회는 순수혈통을 지킬 수는 있었지만 면역력은
현저히 떨어졌고, 베르린 장벽개방과 함께 자본과 물질이라는 거
대한 욕망 바이러스가 밀려오자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그에 비하면 서독 사회는 면역력이 강했다.
68년 학생운동과 1970년대의 적군파 활동,
80년대의 녹색당 등장으로 격렬한 이념논쟁과 가치과의 대립을
경험하면서 서독 사회는 아주 강력한 면역 백신을 맞았기 때문이다
격변을 거치며 서독 사회는 웬만한 반대 주장쯤은 함께 안고 가는것이
민주주의 기본이며 오히려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시켜 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였다.
자본주의 협오자, 사회주의 찬양자, 통일 반대자들도 포용하고
공론의 장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명할 수 있게한 서독은
어떤 바이러스도 이겨 낼 수 있는 튼튼한 체질을 갖게 되였다.
광화문과 시청앞에 줄지어 서 있는 경찰버스들이 다시 일상이 되고
시국선언울 한 이들이 이런저런 불이익을 당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연예인들마져 정치적 성향을 문제삼아 방송에서 배제하는 일이
되풀이되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보면서 우리사회의 면역력이 자꾸
떨어지는 것 같아 아타깝다.
형형색색의 가을산이 왜 아름다운지 되 새겨볼 일이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