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February 9, 2011

24 영원한자유 3 태고스님

24 영원한자유 3 태고스님

지금까지 중국의 스님 이야기를 했는데, 우리나라 선문 가운데에 太古스님이 계십니다. 태고스님은 공부한 지 20여년 만인, 나이 마흔에 오매일여가 되고 그 뒤 확철히 깨쳤읍니다. 깨치고 보니 당시 고려의 큰스님네들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았읍니다. 자기를 인가해 줄 스님도 없고, 자기 공부를 인가해 줄 스님도 없고, 그래서 중국으로 가서 그곳에서 임계정맥을 바로 이어 가지고 돌아왔읍니다

점점 오매일여한 때에 이르렀어도 다만 화두하는 마음을 여의지 않음이 중요하다.

漸到寤寐一如時 只要話頭心不離 잠도오매일여시 지요화두심불리.”

이 한 마디에 스님의 공부가 다 들어 있읍니다.

공부를 하여 오매일여를 한 경계, 잠이 아무리 들어도 일여한 8지 이상의 보살 경계, 거기에서도 말했듯이 몽중일여도 안 된 거기에서 화두를 알았다고 하고 내 말 한번 들어보라 하는, 잘봇된 견해를 갖는다면 이것이 가장 큰 병입니다.. 이 병은 스스로 열심히 공부해서 고치려 하지 않으면 고쳐지지 않습니다. 다 죽어가는 사람에게 좋은 약을 가지고 와서, “이 약만 먹으면 산다 하며 아무리 먹으라 해도 안벅고 죽는다면 억지로 먹여서 살려낼 재주 없읍니다. 배가 고파 다 죽어가는 사람에게 만반진수滿盤珍羞를 차려와서 이것만 잡수시면 삽니다. 해도 안 먹고 죽으니 부처님도 어찌 해볼 재주가 없읍니다. 아난이 부처님을 30년이나 모셨지만 아난이 자기 공부 안 하는 것은 부처님도 어쩌지 못했읍니다. 내가 항상 말하는 것입니다만 누구든지 아무리 크게 깨치고 아무리 도를 성취했닥고 해도 그

깨친 경계가 동정일여動靜一如, 몽중일여夢中一如, 수면일여熟眠一如하여야만 실제로 바로 깨쳤다고 할 수 있읍니다. 동정일여도 안 되고, 몽정일여도 안 된 그런 깨침은 실제 생사에는 아무소용도 없읍니다.

참선은 실제로 참선해야 하고 깨침은 실제로 깨쳐야 합니다 그래야 생사에 자재한 능력을 가질 수 있는 것입나다. 단지 생각으로만 깨쳤다고 하는 것은 생사에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깨침이 아니라 불교의 병이요 외도 입니다. 참선의 근본요령은 바로 여기에 있읍니다. 우리의 공부는 실제로 오매일여가 되여 영겁불망이 되도록 목숨을 던져 놓고 해야 하는 것입니다. 신명을 아끼지 않고, 목숨도 돌보지 않고 부지런히 노력해야 합니다.

부지런히 노력해야 한다고 하니까 어떤사람은 스님”, 저는 화두를 배운 지 십년이 지났읍니다만 공부가 안 됩니다. “ 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공부를 해도 안 된다는 것은 결국 공부를 않했단는 말입니다. 마치 서울에 꼭 가고 싶으면 자꾸 걸어가야 끝내는 서울에 도착하게 되듯이, 십년 이십년을 걸어가도 서울이 안 보인다는 말은 서울로 안 가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는 말과 같읍니다.

4 불등 순 선사佛燈 詢 禪師

불등 순스님이 있었읍니다. 그는 오조 법연 선사의 손제자孫弟子되는 분으로, 대혜 선사와는 사촌간 이였읍니다.불감 근佛鑑 懃 선사 밑에서약 삼년동안 공부하였는데 불감근스님께서 가만히 살펴보니, 이 스님이 근기는 괜찮은데 게을러서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이었읍니다.

그래서 불감 근스님이 한번은 불등 순스님을 조용히 불러

네가 내 밑에서 얼마나 있었느냐?”라고 물으니, “삼년 있었읍니다. 그래서 삼년 동안 공부한 것을 내놓으라고 했읍니다. 이렇게 되니 불등 순스님은 큰일이 났읍니다. 삼년동안이나 얻어먹고 낮잠이나 자고 공부는 안 했으니 내놓을 것이 없었읍니다. 드디어 불감 근스님께서 공부에 대해 한마디 물어 보았으나 도무지 캄캄하여 대답을 못하고 있었읍니다. 그러자 불감 근스님은 이 도둑놈. 밥도둑놈아. 삼년 동안 내 밥만 축냈구나. 삼년을 공부했다면 어찌 이것을 대답 못해? 밥만 축낸 밥도둑놈. 이런놈은 하루 만 명을 때려 죽여도 인과도 없어하고는 마구 패는 것이었읍니다.

불등 순선사는 가만 있다가는 아주 맞아 죽을 것 같았읍니다. 그래서 안 맞아 죽으려고 도망을 쳤읍니다. 비는 주룩주룩 내리는데 도망가다가 처마 밑에 서서 가만히 생각해 보았읍니다. “코도 입도 몸뚱이도 불감 근 선사와 똑 같은데 왜 저 스님은 두들겨 패고, 나는 맞아야 하는가? 어째서 저 스님은 도를 성취했는데 나는 이루지 못하는가?”

이렇게 반성하며 다시 절로 들어가서는 자신이 스님에게 한 마디 대답도 못하고 밥도둑놈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쫓겨났으니 바로 깨치게 될 때까지는 언제까지라도 자지않고 눕지도 않고 오직 서서만 지내겠다고 대중에게 선언했읍니다. 정진은 계속 되었읍니다 밤이되었는지 잊은 채 계속 정진하였읍니다. 불감스님이 이를 보고는 용맹심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읍니다. 사실 불등 순스님은 화두 하나만 갖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읍니다.

하루는 불감 근스님이 그를 불렀읍니다. 불등 순스님은 겁은났지만 부르는데 안 갈 수가 없어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스님앞에 앉았읍니다. 그러자 불감 근스님이 무슨 법문을 해 주는데, 그 법문을 듣는 순간 불등 순스님은 그만 확철히 깨쳤읍니다. 그리고 그자리에서 인가를 받았읍니다. 정진을 사작해서 도를 성취하기까지의 가간을 헤아여 보니 사십구일 동안이었읍니다. 사십구일 동안을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입는 것도, 자는 것도 잊어버리고 오직 서서 공부만 했던 것입니다. 불등스님은 실제로 용맹정진을 했고, 그리하여 깨쳐서 인가를 받은 것입니다.

불감 근스님 사형되는 분에 원오 극근 선사가 있었는데 이 소문을 듣고는 찾아왔읍니다. “그까짓 며칠동안 공부한 것 가지고 뭘 안다고 인가를 해줘, 사람을 죽여도 푼수가 있지, 내가 봐야겠으니 그놈오라고 해.”

이렇게 불등 순스님을 불러서는 산으로 데리고 갔읍니다. 산 모퉁이를 도니 절벽이 나오는데, 절벽 밑에는 폭포가 있고 폭포 밑에는 깊은 소沼가 있었읍니다. 그 옆을 지나가는데 원오스님이 그를 절벽 밑의 폭포 속으로 확 밀어넣더니 공부한 것을 묻는 것이었읍니다. 물길이 깊어 발이 땅에 닿지도 않고, 입으로 코로 마구 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데다가 폭포소리가 요란하여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읍니다. 이렇게 정신을 읺게 해 놓고는 법을 묻는 것이었읍니다. 그런데 불등 순스님은 마치 방안에 앉아서 대답하듯 묻는 말에 척척 대답을 했읍니다. 이것을 본 원오스님은 그놈 죽이기는 아깝구나, 끄집어 내줘라라고 말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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