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September 1, 2012

옮긴이의 말


옮긴이의 말


"선의 나침판은 숭산 큰스님이 외국인 제자들에게 설법하신 영어 법문을 미국인 제자 현각 스님이 "The Compass of Zen"이라는 젬목으로 엮어 1997년 미국에서 출판한 책이다. 현각 스님은 큰스님의 30여 년간 설법한 녹음 테이프와 비디오 테이프들을 녹취하여 무려 4년여 동안에 걸쳐 이 책을 완성 했다고 한다.

나는 "The Compass of Zen"을 몇 년 전 홍콩 공항 면세점 책방에서 스쳐 만난적이 있다. 그때는 불교에 문외한 이었고 당시만 해도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숭산 스님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분명 영어로 된 책인데, 표시에는 우리나라 석굴암의 불상 사진이 아름답게 앉혀 있었고,

표지를 펼치자 주장자를 들고 환하게 웃고 계신 한국 스님의 얼굴이 보였다. 그렇게 내 머릿속에 새겨진 큰스님의 모습은, 서울로돌아와 다시 일상에 묻히면서 점점 잊혀갔다.. 얼마후 책의 저자인 현각 스님을 우연한 기회에 직접 뵙게 되였고 오늘날 이렇게 번역 출판하기에 이르렀다. 부끄럽지만------ 기쁘다.


이 책은 본래 지난 99년 1년 동안 현각 스님이 서울 마포와 강남에 있는 사찰들에서 했던 '영어로 듣는 참선 불교' 의 교재로 쓰였다. 스님의 청으로 강연 때마다 청중들을 위해 번역문으로 나눠드린 것이 인연이 돼 이번에 책으로까지 묶여 나왔다. 현각 스님의 자전적 에세이 "만행 .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를 쓰면서도 그랬지만 이번에 "선의 나침판"번역작업도 나의 능력으론는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다. 다행히 원편역자인 현각 스님이 옆에 계셔서 가능한 일이었다.


영어로 쓰여진 한국 불교 책을 다시 한국어로 변역하는 일은 '메이드인 코리아'로 수출한 옷을 다시 내 몸에 맞추는 일 같은 경험이었다. 이미 한자어에 익숙해 있던 불교 용어를 영어로 만나는 일도 마찬가지였다.
책을 번역하면서 도서관과 서점을 오가며 이미 국내에 훌륭한 불교 서적들이 많이 나와 있음을 깨달았다. 이 책은


한국인이 아닌, 불교를 전혀모르는 외국인들을 위해 쓰여진 불교 개괄서이다. 믿지는 않아도 불교의 기본개념이라 할 수 있는 '전생' 윤희' '업' 같은 말에 익숙한 우리들에게는 때로 너무 쉽게 느껴질 정도로 기초적인 내용이 많다. 그럼에도 이것을 책으로 펴내게 된 데에는 서구의 합리적 사고방식에 이미 젖어버린 젊은 세대에게 그 어떤 불교 책보다 이해가 쉽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큰스님의 쉽고 친절하면서도 직접적인 설명은, 불교 공부가 어려운 한자로 가득한 경전 공부가 아니라 참선 수행이라는 마음 공부를 통해 삶을 혁명적으로 아름답게 바꾸는, 그리하여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되는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길잡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 깨달음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공부도 짧은 사람이 큰일을 맡겠다고 선뜻 나섰다.
2001년 2월 허문명 합장



옮긴이 허문명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와 연세대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마쳤다. 현각 스님의 출가 수행기 "만행 -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를 역었고 "타닛한이 전하는 마음의 평안 정". "죽음도 없이 두려움도 없이"를 번역 하였다. 숭산 스님의 삶과 가르침을 담은 "선의 나침판", 세상을 바꾼 여성들의 삶과 사랑을 담은 "나는 여자다. 나는 역사다"를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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