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December 15, 2009

어매는이라고 재미를 본다. 폄.




봐라, 어메는 이라고 재미를 본다 아가, 어매는 시방 꼬추밭이다.

햐가 참말로 노루꼬랑지만큼 남았다야. 뭔 급헐 일 있것나. 오늘하다 못하믄 냘하믄 되재.
날도 행이나 비오믄 놀아서 좋고, 빛 나믄 일해서 좋고, 요새는 복분자 따러 댕겨야.
돈 삼만환씩 생기는 것도 오지다. 아, 일헌 사람은 내 일에 재미를 부치고 살아야제.
나 혼차만 된 세상이 어딧다냐. 내가 일한다 허고 내 자신한티도 생색내지 말고 노는 것
맹키로 살아라. 어매도 새각시 때사 일이 좋았을가디? 내가 일헌 대로 애기들 입에 밥들어
간게, 일허문 어쨋든간에 먹인게, 일에 재미를 붙였제. 고추가 참말로 잘 컷어야.

올해는 600주 승궜다. 이 놈이믄 니그들 칠남매 짐장허고 양념헐 꼬치가리는 맹글것재.
봐라, 촌에 산게 어매는 이라고 재미를 본다. 일곱마지기 농사지서서 니그들 끄니이 양석
대는것도 재미지다. 밥이보약이야. 밥을 많이 묵어라. 아그들도 배가 뽈강 인나게 잘 먹이고,
어른들도 밥심나게 묵고살아라. 어매는 항시 잘챙겨 묵는다. 요새는 묵은지가 질로 개안하니
맛나드라. 어매 혼자있다고 거석한 생각 말어. 나는 한나도 안 심심하다. 밭에 나오믄 천지가
다 내 벗이여.
항! 밤으로는, 어짤때믄 니그아브지 사진 쳐다본다.
지비는 거그서 편안허요 어짜요, 물어본다. 생전 넘 괴롭게 안하고 산 양반인디.
편안하게 사시겄제. 앞으로 옆으로 우에하고 살아라. 어메는 이날 평상 넘 하고 다툴일이
없드라. 저 사람이 쪼깨 거석하믄 내 맘을 접으믄 되야.

흑간에 나쁜 맘이 들라그라믄 "꿀꺽" 생켜불어라.
그라제, 꿀떡 묵은 것맹키로 내가 좋으믄
저 사람도 좋은 것이여,내가 웃으믄 저 사람도 웃는 뱁이다. 앞에 옆에가 모다 내 거울이여.
그라고 아가, 여그잔봐야, 여그가 내금고다. 시숫대야 속에다 중한것 다 너놓고 댕긴다.
빈 몸 으로 후적후적 밭에 댕긴께 참말로 편해야. 늙어진께 요라고 꾀가 는단다.
머리가 더 좋아진게비여. 하이고, 참말로 냐가 말하놓고 냐가 우솨 죽것네. --
-글 고향 에서 온 편지---- "봐라, 어매는 이라고 재미를 본다." 중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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