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October 30, 2012

지혜의 향기 잘 생겨서 죄송합니다. ---이원익 불사모 대표

  내가 이직 아이였을 땐데 어느 날 갑자기 좀 아무렇게나(?) 생긴 양반이 텔레비젼에 나타나 연방 '못 생겨서 죄송합니다' 하며 자꾸 얼굴을 드리미는 바람에 사람들이 정말 눈물을 찔끔거리며 웃던 일이 기억난다. 그런데 못 생긴게 정말 죄송스런 일일까? 자기 잘못도 아닌데 말이다.

  역사상으로는 이와 반대로 장 생겨서 평생 죄송해 한 이가 있는데 부처님의 십대제자에 드는 아난다가 바로 그분이다. 잘 생겼을 뿐만 아니라 기역력도 비상해서 스물다섯 해 동안이나 부처님의 비서실장 노릇을 하며 그림자처럼 수행하면서 부처님의 설법을 육하원칙에 따라 하나도 빠뜨맂지 않고 다 기억하고 외워 두었다가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그대로 되뇔 수 있었으니 가히 인간녹음기라고 할만 하였다.

  그래서 별칭이 '가장 많이 들은 자(多聞第一)' 이다. 부처님의 열반 후 마하가섭이 주도하에 부처님의 '목소리를 들은자(성문)' 500명이 모여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던 부처님의 설법을 정리한는 '첫 번째 모여 외기(弟一次結集)' 가 있었는데 이 때 이 인간녹음기의 천재성이 여지없이 발휘 되었다. 경, 율, 논 가운데 경장의 대부분은 바로 이 아난다의 머릿 속에서 풀어져 나온 부처님의 말씀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불경들이 ' 나는 이렇게 들었다(Evam maya shrutam)' , 곧 '여시아문(如是我聞)' 이라는 문구로 시작되는데 여기서 말하는 '나(我)' 란 바로 아난다를 가리킨다고 보아도 큰 잘못이 없을 것이다. 아난다는 부처님의 사촌 동생으로 부처님이 성불하신 후 카필라 성을 찾아 오셨을 때 여러 왕자들과 함께 출가하였다.

  그가 어느 날 슈라바슽티 거리에 탁발을 나갔다가 기원정사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마침 가장 하층민인 마등가 종족의 마을을 지나다가 목이 말라 우물가의 처녀에게 물한 쪽박을 청하였다. 그런데 프라크리타라느 이름의 이 아기씨는 자기는 너무 천민이라 고귀한 사문의 청을 들어 줄 자격이 없다면서 거절하는 것이었다.

  이에 아나다는 부처님의 제자는 신분을 구별하지 않는다고 말하여 처녀에게서 물을 얻어먹을 수 있었다. 이 일이 있은 후 프라크리타는 아난다의 수려한 용모와 자비로움에 반해 그를 사랑하게되니 잘 생김으로인해 나타난 또 하나의 장애물이었다. 결국 부처님이 둘 사이를 중재하여 프라크리트는 비구니가 되어 진리의 길을 함께가는 길동무로서 일생을 마치게 되었다. 

  이렇듯 빼어나게 잘 생긴 죄에다 부처님을 너무 그림자처럼 따르며 의존하다보니 부처님의 입적 때까지 아난다 자신의 성불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래서 앞서 말한 모여 외기 직전까지도 그의 참가 자격에 논란이 있었으나 책임을 통감한 그가 용맹정진하여 결집의 바로 전날 밤 마침내 깨달음을 이루니 이튿날 경장 송출의 책임자가 될 수 있었다. 이와는 좀 다른 경우지만 김동환의 '웃은 죄' 라는 시가 생각난다.

  무릇무엇을 이루고자 하는 사나이는 지나치는 우물가를 조심할지어다.

즈름길 묻길래 대담 했지요
물 한 모금 달라기에 샘물 퍼주고
그러고는 인사하기에 웃고 받았지요
평양성에 해 안뜬대두 난 모르오
웃은 죄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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