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August 11, 2011

안심법문 청화선사 말씀

안심법문安心法門

凊華禪師法語

벌써 기을입니다.북녘에서 자란 胡馬는 북풍이 불 때마다 고향을 그리워 한다고 하였는데, 이제 산들바람이 가슴에 스며올 때 잊어버린 마음의 고향을 그리는 근원적인 향수鄕愁를 지울 수가 없읍니다.

일찌기 달마대사 Bodhidhram : ? ~ 528 는 인도의 향지국 왕자였는데, 27 祖인 반야다라존자 Prajnatara : ? ~ 457를 스승하여 진리를 깨닫고, 바른 佛法을 중국에 펴기위하여 천신만고 끝에 중국 광주 땅에 도착하였읍니다.

그때, 중국불교는 경륜經論의 교리에만 집착하고 정작 마음공부는 소홀히하여 달마대사를 알아보지 못하였읍니다. 그래서 대사는 승산 소림사 뒷산에 있는 석굴에 들어 앉아 걸식하러 나가는 외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벽을 향하여 바윗덩이처럼 깊은 선정禪定에 잠겼읍니다. 이러구러 9년 세월동안 말 한마디 없는 벙어리로 일관하였읍니다.

이때, 神光이라는 젊은 스님이 달마대사의 위대함을 전해듣고 눈보라를 무릅쓰고 소림석굴을 찾아왔읍니다. 그래서 신광은 달마대사의 등뒤 석국 어귀에 꿇어앉아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한 밤을 지새웠읍니다.

눈발이 무릅을 덮고 온 몸이 얼어붙어 사뭇 저려왔으나, 죽음을 각오한 신광의 뜨거운 구도의 역기는 추호도 움직이지 않았읍니다.

이렇듯 호젓한 침묵 가운데 하루해가 지나자, 그토록 목석마냥 앉아만 있었던 달마대사는 넌지시 돌아앉아 선광을 굽어 보았읍니다. 신광은 반색하며 큰절을 올리고 나서,”스승님, 이 어리석은 제자가 법을 구하고자 왔읍니다. 불쌍히 여기시어 거두어주옵소서,”

달마대사는 오랜 침묵을 깨뜨리고 위없는 大道는 엷은 지혜나 가벼운 덕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것이니라.” 이에 신광은 비장한 마음으로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을 빼어 단숨에 외팔을 잘라서 달마대사께 비치는 것이었읍니다.

솟음치는 선혈鮮血로 하얀 눈은 붉게 물들고 이내, 상처에서 희뿌연 젖이 솟아나와 상처를 아물게 하였읍니다. 이 때 사납게 울부짓던 눈보라도 숨을 죽이고, 달마대사의 엄숙한 표정에도 깊은 감동의 빛이 역력하였읍니다. 그리하여 신광의 지극한 구도의 정성은 받아들여졌읍니다.

그러나 신광의 마음은 좀체로 안정을 얻을 수가 없어서 스승앞에 나아가 스승님, 저의 마은은 아직도 편안하지 않사옵니다. 자비를 베프시어 제마음을 다스려 주옵소서.”

그러면 편안치 못한 그대 마음을 가져오너라. 내가 편안케 하여 주리라.” 그러자 선광의 마음은 당혹하여 어리둥절하였읍니다.

본시 마음이란 형체가 없거니, 불안한 마음이나 흐믓한 마음이나 간에, 마음이란 아에 형상화 시킬 수 없는 것이 아닌가 ?

스승님, 마음이란 모양이 없사옵기 드러내 보일 수도 얻을 수도 없지 않사옵니까?”

그렇다, 마음이란 필경 더위잡을 자취가 없는 것이니라. 그것을 분명히 깨달았으면 그대 마음은 이미 편안해졌느니라.:

이리하여, 어두운 無明에 갇힌 신광의 불안한 마음은 활짝 열리고, 맑은 하늘같은 훤칠한 마음으로 정진을 거둡하여 마침내 대도를 성취하여 제 2祖 혜가대사 慧可 : 487~593 가 되었읍니다.

그 뒤에, 혜가대사의 회상會上에 오랜 병마에 찌들어 몹시도 초체한 젊은 수행자가 찾아와서 여쭙기를,

스승님, 저는 죄업이 무거워서 불치의 풍병으로 여러해를 앓는 몸입니다. 아무쪼록 불쌍히 여기시어 저의 죄업을 소멸하여 주시고, 가엾은 목숨을 구제하여 주옵소서.”.

정작 그렇다면 그대의 죄업을 이리 내놔보게, 내가 바로 소명시켜 줄터이니.”

이에, 말문이 막힌 젊은이는 이윽히 생각에 잠겼읍니다. ‘마음이란 본래 허공과 같이 텅 빈 것, 이미 마음이 그 자취가 없거니, 죄업인들 어디 흔적이나 있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젊은이는 여쭙기를

죄업을 아무리 찾으려 하여도 도무지 그 형상이 없사옵니다.”

진정 그러하니라. 그대가 정녕, 그러한 도리를 깨달았으면 이미 그대는 죄업을 참회하여 소멸해 버렸느니라.” 이말씀에 총명한 젊은이의 마음은 활연히 열렸읍니다.

그래서 그 젊은이는 혜가대사에게 스승님, 저는 앞으로 스승님을 섬기려 하홉니다.”

그대 같은 풍병환자가 나를 따른들 무슨 소옹이 있겠는가?” 젊은이는 말하기를

몸은 비록 병이 있사오나, 제 마음은 스승님의 마음과 조금도 다르지 않사옵니다ㅏ.” 그래서 혜가대사는 그를 대견하게 받아들이니, 젊은이는 차차 건강도 회복하고 더욱 정진에 노력하여 드디어 제 3 조 승찬대사 僧璨 : ? ~ 606가 되었읍니다.

몇 십년의 세월이 흘러 승찬대사가 환공산晥公山에 머물를 때, 아직 13세의 영특한 사미沙彌동자가 찾아왔읍니다. 그는 큰절을 하고 대뜸 여쭙는 말이,

스승님, 자비를 베프시어 저에게 번뇌를 해탈하는 갈을 일러 주옵소서.”

승찬대사는 기특하게 여긴 나머지

누가 너를 속박하였기에 풀어달라고 하는 것이냐?"

동자는 불현듯 가슴이 막혀 잠시 생각에 잠겼읍니다. ‘참으로 생각해 보니 스승님의 말씀대로 그 누가, 그 무엇이 내 마음을 구속했단 말인가 ? 그저 마음안에서 공연스레 일고 스러지는 번뇌망상이 아닌가? 마음 자체가 형상이 없고 가뭇없으니, 대채 번뇌망상이 그 어디에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스승님, 아무것도 제 마음을 속박하는 것이 없사옵니다.

속박하는 것이 없다면 다시 무슨 해탈을 구할 필요가 있겠느냐?.” 이 한마디에 갸륵한 동자는 문득, 본래비어있는 허공같이 장애없는 마음자리를 훤히 깨달았읍니다. 그리고 이 동자가 장차 대도를 성취하고 제 4 조 도신대사 道信 ; 589~651가 되었읍니다.

도신대사는 출가하여 60여 년 동안이나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정진하여, 아예 자리에 눕는 일이 없었읍니다. 평소에 눈을 감은 듯 지냈으나 눈을 바로 뜨고 사람을 바라보면 그 위엄있는 축기에 사람들이 움츠러졌다고 하는데, 그것은 깊은 삼매에서 우러나온 초인적인 道力인 것입니다.

이와같이 부처님의 正統法脈은 끊임없이 이어져 제 5 조 홍인대사 弘忍:602~675를 거쳐 제 6조 혜능대사 慧能:638~713에 이르게 되었읍니다.

그래서 달마대사로 부터 혜능대사까지는 오로지 순수하게 마음의 해탈만을 문제시 하였다고 하여 순선純禪시대라 하고, 그 무렵에 주로 제창提唱한 법문을 安心法門이라 하는 것입니다.

사실, 마음이란 허공과 같이 광대무변하고 무장무애無障無碍하여 그 무엇에도 걸림이 없고, 아무런 자취도 없는 것인데, 그렇다고 다만 허무하게 비어만 잇는 것이 아니라. 그 실상實相은 무한한 능력을 원만히 갖춘 생명의 광명으로서, 바로 佛性 곧 부처님인 것입니다.

그러기에, 경전에 이르신 바.”『마음이 바로 부처요, 부처가 곧 마음 〔심칙시불 불칙시심 心則是佛 佛則是心】』입니다 그리고 인간을 비롯한 일체 만유는 모두 한결같이 불성의 광명으로 이루어진 化身 부처님이며, 우주의 실상은 바로 장엄 찬란한 연화장蓮華藏세계요 극락세계인 것입니다.

그런데, 어두운 번뇌에 가리운 중생들이 그러한 자기 근원을 모르고 만유의 실상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잠시 인연따라 이루어진 전변무상轉變無常한 가상假像만을 집착하여 너요 나요 내 것이요 하며 탐착하고 분노하고 아귀다툼하면서, 파멸의 구렁으로 달리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오늘날 온 누리에 넘실거리는 역사적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근원적이고 유일한 길은, 이미 부처님과 정통조사正統祖師들이 순선純禪시대에서도 극명克明히 밝히신 바, 중생 차원에서 인식하는 일체만법은 바로 그대로 비어있는 空한 도리, 곧 제법공상諸法空相을 번연히 깨달아서 우선 불안한 마음을 여의고 安心立命을 확립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만 空만이 아닌, 그 공의 근본 성품인 부처님을 성취하기 위하여 空도리에 걸맞는 무아無我ㆍ무소유의 생활에 안간힘을 쓰고 최선을 다 하는 것인이, 인류의 파멸을 면하고 진정한 자유와 평화를 약속하는 오직 하나의 청정한 白道인 것입니다.

나무마하반애바라밀 !

《불기 2530 10월 「금륜」 제 6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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