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August 9, 2011

우울한 축제 ?

우울한 축제 ?

이우근 법무법인 충정 대표

조선의 외교정책은 사대교린事大交欄이었다.

중국에는 朝貢을 바쳤고 일본과 여진에는 회유책懷柔策을 폈다. 비굴한 사대주의인가, 아니다 때로는 허리를 굽혔지만, 때로는 죽을 각오로 싸우기도 했다. 당시의 국력과 국제정세에 비추어 가장 유호적절한 생존전략을 추구해 왔을 따름이다. 중앙아시아와 중국대륙을 軍馬로 횝쓸던 흉노ㆍ선비ㆍ거란의 나라들은 오늘날 모두 어디에 있는가.

비분강개해 목을 꼿꼿이 세운 채 자진自盡하는 것은 차라리 쉬울지 모른다. 죽는 것보다 사는 것이 더 괴로운 나날들을 견뎌내는 삶이야 말로 지혜와 용기 없이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대륙과 해양의 강대국들 틈에 낀 비좁은 반도에서 창의적 문화, 고유한 언어, 독창적 문자를 지니고 겨례의 터전을 끗끗이 지켜온 우리민족의 삶은 인류역사를 통틀어 유례가 없는 기적같은 생명력의 분출이었다.

국제정치학을 배운적이 없는 우리의 先人들은 국가의 존립이 이념의 논리가아니라 힘의 생리에 의해 좌우되는 냉혹한 현실을 통찰할 줄 알았다. ‘동북아 균형자의 거창한 꿈은 없었어도, 민족의 역사를 자손만대에 이어가는 지혜를 품고 있었다. ‘자주주체를 입에담고 사는 오늘의 누군가 가 모르는 그통찰,그 지혜를.

사회주의 깃발아래 新국가자본주의를 추구하면서 짝퉁 시장의 물량경제物量經濟로 G2강국에 오른 중국은 몽골ㆍ티베트ㆍ위구르등 이민족異民族의 땅을 강점하고 그들의 독립운동을 잔혹하게 탄압할 뿐 아니라, 오만불손한 언동으로 옛 식민제국의 패도覇道를 그대로 밟아가는 중이다. 일본의 교활한 독도 야욕만으로도 울화가 치미는 터인데, 이제는 중국이 우리의 이어도를 넘보려한다. 제주해녀들의 이어도 타령속에 절절한 恨을 품고있는 숙명의 섬. 이청춘의 소설 『이어도』에서 시퍼란 영겁永劫의 혼을 뿜어내고 있는 한반도 남쪽 끝섬, 그 이어도를.

신생 대한민국을 무력으로 짓밟았던 중국이 지금은 북한을 사실상 속국으로 삼고 종주국 행세를 하면서 소위 『동북공정』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역사를 중국 변방사邊方史에 흡수하려고 안달이다.’굴복을 모르는 고구려 후손임을 내세우는 주체의 북한이 정작 고구려 역사를 내세우는 주체의 북한이 정작 고구려 역사를 통채로 집어삼키려는 중국에는 입도 벙긋 못하고 있으니, 도무지 고구려의 후손답지 않다.

북쪽만이 아니다. 전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티벧트의 현자賢者달라이 라마는 중국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만까지 방문했지만, 아직 한국 땅은 밟지 못했다. 중국의 눈치를 살피는 역대 한국 정부의 용렬한 태도 때문이다. 백령도에서 불과 30분 거리읜 북한의 공기부양정 기지에는 입을 꾹 다문 사람들이, 해양주권과 무역항로의 요충인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는 중국을 자극할지 모른다는 이유로 극력 반대한다.

미국산 쇠고기에는 실체도 없는 광우병 협의를 덮어 씌우면서, 무더기로 쏟아져 들어오는 중국산 불량식품에는 그 흔한 촛불한번 켜든 적이 없다. 탈북자들을 붙잡아 북한의 집단공개 총살 형장刑場으로 묶어 보내는 중국의 반인륜적 행태에도 그저 무덤덤하기만 한 옛 인권투쟁사들의 모습에서 홍위병들의 반문화적문화혁명에 박수를 치던 반달리즘 (Vandalism)의 기억이 떠오르는 것은 서글픈 아이러니다.

미래를 믿지마라, 죽은 과거는 묻어버려라. 살아있는 현재에 행동하라.” 시인 롱펠로의 충고다. 미래의 비전도, 역사의 교훈도 모두 외면하라는 뜻일 리가 없다. 낡고 병든 이념의 환상에 눈 멀어 지금 여기 의 삶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읽힌다. 또한 억압과 빈곤밖에 남지않은 껍데기 사회주의를 동경憧憬하면서 제 나라의 정체성正體性과 건국 역사를 헐뜯는 자기부정自己否定에 대한 질책이기도 할 것이다.

이 땅의 옛 어른들은 중국의 성당盛唐시대에도 슬기로운 用中의 길을 모색하며 고뇌를 했을 지언정, 얼빠진 종중從中의 그늘로 움츠러들지 않았다. 일제 암흑기에도 처절한 항일抗日의 투쟁 너머로 찬란한 극일克日의 꿈을 품고 있었다.

선인들의 숨결을 이어온 광복과 건국의 달이다. 나라의 가장 큰 명절인 8.15가 언제부터인지 기념식을 따로따로 치르는 우울한 국경일, 갈등의 건국기념일로 변질되곤 했다. 8.15를 또다시 우울한 축제로 맞을 것인가 ?

광복절 노래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다물도 춤을 춘다

기여이 보시려던 어른님 벗님 어찌하리

이 날이 사십년 뜨거운 피 엉긴 자취이니

길이 길이 지키세 길이 길이 지키세

꿈 엔들 잊을 건가 지난 일을 잊을 건가

다같이 복을 심어 살피고 가꿔 하늘닿게

세계에 보람된 거륵한 빛 예서 나리니

힘써힘써 나가세 힘써힘써 나가세


그 날이 오면
-
심 훈 -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삼각산(三角山)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漢江)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鐘路)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六曹)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딩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그날이오면>(1930)-

새로운 길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가고 오늘도 갈

나의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시인 윤동주


별 헤는 밤
-
윤동주 -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 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 ,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거외다.

- <하늘과 바람과 별과시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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