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November 28, 2009

이 아침의 시

삼척에 가서 도루묵을 먹었네
말짱 도루묵이란 말이 가슴에 사무처 먹었네
어쩌면 세상 일이 온통 도루묵이라는 생각이 들었네
'잘나고 못난 것이 자기와 상관없고
귀하고 천한 것이 때에 따라 달라진다'는
택당 이식의 말씀이 위안이 되어 다가오는 저녁에
삼척의 대학로 정라횟집에서 도루묵구이를 먹으며
나는 힘이 없이 사는 일의 의미를 생각하네
시대를 품미했던 한 여배우의 자살소식에
산다는 것이 망짱 도루묵임을 깨닫네
사랑과 우정이, 명예와 권력이 모두 한낱 도루묵임을
정리횟집에서 먹는 도루묵의 알과 살이 담백하고 고소하였네
그렇게 담백하게 살다 보면 때로 고소한 맛도 볼 수 있으리라는
이 사실 하나가 바로 도루묵 맛이란 걸 알겠네
세상일이 온통 말짱 도루묵일지라도 흥분하지 말고
담담하게 경건허게 살아야 함을 께닫네

고명수( 1958 ) "도루묵에대하여" 전문

한 시대를 풍미하던 여배우도, 정치가도 자살을 한다.
주식은 깡통을 차고 사업은 한산하다.
저 세상으로 떠나가 버린 사랑하던 사람들, 부모 형제도 돌아 오지 않는다.
꽃이 지고 나뭇잎이 떨어지는 계절, 흰 눈이 세상을 지워버리는
겨울이 다가오면 '세상은 말짱 도루묵' 이란 말이 새삼스럽다.사랑과 우정,
명예와 권력이 모두 한낱 도루묵이라면, 도루묵 맛은 씁쓸하고 텁텁하고
시큼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화자는 어느 저녁, 도루묵의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알게 된다.
담백하게 살다보면 때로는 고소한 세상의 맛도 이제야 비로소 깨닫는다.
( 시인 김동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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